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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동양인 폭행과 우리



요즘 미국에서 동양인을 혐오하고 심지어 폭행까지 하는 소식을 자주 봅니다. 그 동양인 속에 한국인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죠. TV 화면에서 한국인들이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도 한국인인지라 솔직히 피가 거꾸로 솟아오릅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단지 동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는 그 모습을 마음 편히 바라볼 동양인은 없겠지요. 혹자는 그들이 동양인을 폭행하는 것이 중국인에 대한 혐오표현인데 중국인과 일본인, 한국인을 구별할 수 없는 미국사람들이 모르고 그러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설령 그렇다 해도 그들의 폭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고, 미국과 중국 간에 여러 분쟁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 내에서 살고있는 중국인들이 아무런 잘못도 없이 얻어맞아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인간의 폭력성이야 인간의 본성에서 기원한 것이니 그런 폭행을 하는 그자들의 야만성과 무식을 탓하면서도 한편으로, 우리 안의 야만성은 얼마나 있을 것이며 또 어떻게 제어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없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외형적으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정도의 나라가 됐습니다. 국민들의 교육수준, 시민사회의 성숙도, 문화수준, GDP 등등에서 이미 선진국입니다.

그러나 국민들 내면의 의식세계는 아직 후진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중국의 속국이거나 일본의 식민지로서 피식민지 국민의 피해의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피해의식은 당연히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대상을 차별하고 혐오 함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중국인이나 탈북자들에 대한 혐오는 여기에서 기원한다고 봐야 합니다.

대내적으로는 어떻습니까? 과거 서북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오늘날 탈북민에게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고, ‘전라도 사람에 대한 노골적인 모욕은 지금까지도 없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이런 혐오와 차별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혐오와 차별을 부추겨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무리들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사실 중국인’ ‘탈북자’ ‘전라도 사람에 대한 차별과 모욕은 그 정당성은 말할 것도 없고, 역사적으로도 합리성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단지 그때나 지금이나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이데올로기프로파간다에 불과한 것이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조하고 혐오와 차별에 동참하는 것은 마치 백인들로부터 멸시받는 흑인들이 오히려 더 동양인을 미워한다거나,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다른 학생들을 왕따시키는데 동참하는 학생들의 심리상태와 유사한 것입니다.

이런 것이야말로 정신적 속국이거나 정신적 피식민지와 다르지 않습니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판단이나 가치기준보다는 자신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서 양심을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일제 식민지시절 조선인 하급관리들이나 경찰들이 일본인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 자국의 국민들에게 더 혹독한 악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그런 심리 속에는 근본적으로 저항해야 할 불의나 부조리는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미국에서 폭행당하고 있는 동양인 즉 중국인, 한국인들이 미워하고 저항해야 할 대상은 폭행은 하는 미국인들이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중국인들을 미워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회적 약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미국인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약자로서 서로 돕고 연대해야 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방도일 것임에도 우리는 이해하지 못할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선진국 국민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태도를 가질 것을 촉구합니다. 약자를 혐오함으로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려는 찌질함을 벗어나서 공정하고 관용적인 태도, 불의함을 과감하게 배척하려는 자세야말로 선진국 대한민국국민이 가져야 할 태도입니다.

상대를 미워하면 그 싫고 미움이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은 인간 된 처지로서 자연스러운 것일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싫고 미운 행동을 오로지 발현되도록 놓아두기만 하는 것은 최소한 우리가 배워온 문명을 거부하는 것에 다름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 글쓴날 : [2021-05-05 22: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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