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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전통과 예술

따듯한 섬 오키나와 (2)

 

오키나와의 전통과 예술

 

 

류쿠촌의 언덕길을 올라가 내려다보는 옛 마을 전경이 참 고풍스럽다. 1000년의 시공을 거슬러 올라가, 저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어른어른 보이는 듯,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언덕에서 내려오다가 오키나와에 오래도록 전해져 오는 유적과 유물 이곳저곳 둘러보며, 일본에 강제 귀속되기 전, 오끼나와에 살았던 류쿠왕국 사람들의 숨결을 느껴본다.

 

가쥬마루와 후루

마을 한 쪽에 수령 180년이 넘었다는 특이하게 생긴 나무 가쥬마루가 있었다. ‘가쥬마루는 원산지가 인도와 동남아시아, 오키나와로, 어미나무의 뿌리에 새끼 나무의 뿌리가 서로 얽히고 설켜, 형태가 조금씩 변형되어가는 나무이다. 마을에는 오래 된 가쥬마루에는 키지무나라는 나무의 요정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가쥬마루를 지나 골목길을 돌아드니 히라타고택 한 쪽에 약 120년 된, 옛날에 돼지를 키우던 후루라는 작은 돼지우리가 있었다. 후루는 중국의 남부에서부터 전해진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제주도에 있던 흑돼지우리와 비슷했다. 그러나 후루는 돼지가 한 마리씩만 들어 갈수 있게 석재를 쌓아 구역을 나누고, 아치형 지붕이나 초가지붕을 씌운 형식인데, 현재는 지붕은 없고 돼지우리만 남아 있었다. 오키나와 정부가 1816년부터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후루를 짓지 못하게 하여, 오키나와 민가의 특징이었던 후루는 전후에 완전히 없어졌다.


시대를 초월하여 전해 내려온 전통 예술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마지막으로 간 곳은, 도자기와 선물용 전통 공예품점이다. 특이하게 생긴 술병이 있어서 물어보니, 류큐왕조 시대 상류계층이 경사스러운 날에 사용했던 유시빈으로, 현재는 전통 공예품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는 도자기 술병이라고 한다. 오키나와의 명주(名酒) ‘아와모리가 들어 있는 유시빈, 현재 품격 있는 고급선물로 많이 팔리고 있는데, 오직 류큐무라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고유 상품이다.

키나와의 전통 공예로는 도예, 칠공예, 염색, 유리공예, 직물 등, 다섯 종가 있다. ‘야치문이라 불리는 도자기는 14세기 이후 오키나와 주변국들인 조선, 중국, 동남아시아, 일본 등의 영향을 받아 발달한 것이다. 특히 칠기는 류큐 왕국 시대에는 중국의 황제나 일본의 에도막부의 쇼군에게 올리던 진상품이었는데, 류큐를 대표하는 미술 공예품으로 기법이 다채로운 것을 특징으로 꼽는다. 또 류큐는 전통 염색이 유명하여 전통염색으로 만든 의상은 옛 왕국의 제후나 귀족 부인만 입을 수 있었고, 궁중 무용수의 의상으로만 착용이 가능했다. 현재까지 오키나와의 각지에 남아 있는 직물은 류큐왕궁에 올리는 공납품으로 제작된 것이다.

 

예술과 문화가 있는 거리 풍경

오키나와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국제 거리에는 백화점을 비롯한 다양한 상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100엔 숍, 돈키호테 매장 등, 저렴한 상점은 물론 백화점, 면세점까지, 오키나와의 기념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점들이 모여 있다. 시장 안에 여러 가지 공산품과 옷가게와 음식점이 늘어서 있는 것이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시장과 비슷하였다. 절기로는 11월이지만 오끼나와 섬은 초여름 날씨여서, 우리 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저절로 발이 멈춰졌다.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 행복해 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오키나와 예능의 근원은 대부분이 류큐 왕조 시대에 중국에서 오는 사신(책봉사)을 환영하기 위해 시작된 춤과 무용과 음악이라고 한다. 오끼나와의 무형 문화재에 지정되어 있는 쿠미오도리(組踊)’는 류큐 왕국 시대에 활동했던, 무용수 타마구스쿠 쵸쿤(玉城朝薫)’이 중국의 예능 형식을 따라서 창작해 낸 것이다. 화려한 의상과 우아한 움직임이 특징인 류큐 무용은 지금도 오키나와의 곳곳에서 재현되고 있는 무용이다. 특히 오키나와 음악은 고전 음악과 민요로 나누어지는데, 모두 사미센(三線)이 음악의 기초로, 사미센은 중국에서 전해 온 삼현이라는 악기를 개량한 것이다.

상점가에서 나와 6차선 도로를 따라 조금 걸어가니, 길 한 복판을 점령하고 오키나와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전통무용을 추는 사람들이 있었다. 관광객들이 그들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구경하고 있는 틈에 끼어, 심장을 쿵쿵 울려대는 타악기의 리듬에 맞춰 자연스레 윗몸을 흔들며 잠시 오키나와 전통 음악에 젖어 들었다.

 

오키나와 전통 술집에서 보내는 낭만의 밤

오끼나와 전통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있는 'Red planet' 호텔에 들었다. ‘붉은 행성(行星)’이라는 독특한 이름대로, 호텔 로비의 붉은색 'Red planet' 글씨와 빨간색 판넬이 눈길을 끈다.

객실에 들어 가 짐을 풀어 놓고 대충 씻고는 모두들 밖으로 나갔다. 여행의 피로를 씻어 내고 쉬어야 하겠지만, 쉬는 건 집에 돌아가면 실컷 할 수 있는 일이다. 여행지의 풍물을 온전히 느끼려면 밤에도 놀러 나가야한다. 류큐의 밤 풍경은 서울처럼 화려하지 않았고, 일찍 문을 닫은 상점도 있어서 대체로 어두운 편이었다. 우리 일행은 그 중 한 곳, 불이 환하게 켜 있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맥주와 생선 회 안주를 주문했는데, 나무 접시에 초록색 포도 알처럼 생긴 해초가 따로 담겨 나왔다. 톡톡 터지는 식감이 좋고 해초 향이 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본 일 없는 그것이 무슨 해초인지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낮선 타향의 밤은 낭만을 싣고 빠르게 흘러가고, 술집의 아늑한 불빛 아래서 취한 듯, 안 취한 듯 주고받는 이야기와 함께 깊어만 간다.

 

 

  • 글쓴날 : [2021-05-05 22: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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