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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이 개그맨?


언론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조·중·동’이 신문이면 우리 집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다.라는 농담까지 있으니 오죽하겠습니까? 한 조사에서는 자칭 1등신문인 조선일보가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급기야는 신문에 기사를 써본 일도 없고 뉴스 앵커도 아닌 개그맨 유재석씨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부문에서 2위에 올랐습니다. 
개그맨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면 매일같이 신문과 방송을 장식하는 그 수많은 ‘언론인’들은 도대체 뭔가요? 개그맨은 세상에 웃음이라도 주지만 자칭 언론인들은 매일같이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나 주고 있으니 이를 뭐에다가 쓸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저 자신도 ‘언론’이라 불리는 끄트머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주제이니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제가 봐도 우리나라의 언론은 언론이라 이름하기에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영역을 벗어나 권력 ‘그 자체’이거나 아예 ‘권력을 창출’하려고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판의 잣대는 구부러지기 일쑤이고, 끝내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합니다.
공정한 감시자나 비판자가 되기는커녕 스스로 선수가 되어서 상대를 비난하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서 두 가지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고발 사주’라고 불리는 사건이고, 하나는 ‘대장동 사건’이라고 불리는 사건입니다.
이 두 사건을 보는 우리나라의 자칭 ‘언론’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언론의 현주소가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은 ‘국가기관’인 검찰에서 검찰기구의 장(長)인 사람을 위해서 특정 정당을 사주하여 고발케 하고 이를 근거로 기소를 했거나, 하고자 했던 사건입니다.
국가기관인 검찰과 제1 야당이 연루 된 것으로 의심을 받는 사건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더군다나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서 존재한다는 검찰이 특정 정당을 사주해서 고발을 하게 하고 이를 근거로 수사를 하고 기소를 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대장동 사건’은 뭡니까. 대부분 말이 안 되거나 터무니없기는 하지만, 지금 받고 있는 의심의 정황 모두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지방자치 단체장의 ‘업무상 과실’ 사건입니다.
그 당사자가 유력한 대권후보이기 때문에 가벼이 넘길 일은 아니지만, 국가기관이 국가의 근간인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자 한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장동 사건’이 업무상 과실에 의한 ‘배임’ 정도라면 ‘고발 사주’ 사건은 ‘국가 전복 모의 실행’ 쯤 되는 사건입니다.
그럼에도 언론의 태도는 어떻습니까? ‘고발 사주’ 사건 지금 어디로 갔습니까? 도대체 시시비비(是是非非)란 무엇을 말함입니까? 이슈를 이슈로 덮는 정치공학적 태도가 언론이 취할 태도는 아니지요. 
언론들의 이런 행태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누구에게 유리한 지, 눈 밝은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순진하기 짝이 없는 주문이지만 언론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것보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백배는 더 중요합니다. 
잘못 뽑은 대통령은 탄핵이라도 할 수 있지만 무너져버린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희생과 댓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나라의 자칭 ‘대표언론’들이 몰라서야 되겠습니까?
전두환 군부독재에 협력한 댓가로 그때의 ‘꿀 빨던 시절’이 오히려 그리우십니까?       
개그맨이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 2위에 오르는 이런 황당한 지경에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언론인’들은 여전히 지적질과 총질, 난도질을 하고 있습니다. 
“국난을 당해 죽는 이 하나도 없다면 부끄러운 일”이라며 독약을 마시고 자결한 매천 황현 선생 같은 결기는 아니더라도 이런 상황에서도 반성문 한 장 없는 ‘언론인’들만 득시글거리는 우리나라가 걱정될 뿐입니다. 

  • 글쓴날 : [2021-10-04 13: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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