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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꽃으로부터 위안을 받되 꽃에게 위안을 주지 못한다.

꽃의 패설 1

-우리는 꽃으로부터 위안을 받되 꽃에게 위안을 주지 못한다.

 

시인 장 종 국

 

시인들은 시의 제재 속에 제일 많이 쓰는 객관적상관물은 사랑과 꽃일게다. 아니, 시인이 아니라도 평상시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말을 항시 사용하면서 남발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가인(家人)의 병원 출입이 잦아 고양시를 매일 출퇴근하듯 드나들고 있다. 구석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도시라는 구호가 바람에 나부낀다. 참으로 듣기 좋은 말에 기분이 좋아지다가 이 멋진 구호를 곱씹어본다. 정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까? 아니다. 꽃은 사람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꽃은 꽃을 위해 태어났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말은 사람의 욕망 속에 자연을 거느리려하는 위선이면서 고마움을 모르는 이기적발상이다. 진정한 구호는 사람이 꽃처럼 아름답다는 말이 정확하다. 작금의 세상은 사람이 꽃보다 못하고, 사람이 사람보다 못한 혼돈의 세상이다. 사람들은 점점 뻔뻔해지고 있다.

 

시시남은 전철 안 인파의 부대낌 속에 시 한 수를 곰씹어보았다.

 

꽃보다 꽃 보다/ sisinam

 

사람이

꽃망울 바라보다가

아름답다고 침방울 튀기며

거울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내가

꽃보다 아름답다고

착각하는 말

너보다

잘났다고 우쭐대며

뻐기다

너를 딛고 억눌러

빼앗아 무시하며

욕망이라는

전치에 올라탄 뻔뻔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나다는 말은

허구다

꽃은

너를 위해 태어나지 않았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지 않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지인들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냐고 곧장 묻는다. 임진나루터에 산다고 말하면 나루터라는 낭만이 풍겨주는 아날로그적인 분위기에 정말 좋은 곳에 살고 있다고 부러워들 한다. 나도 그런 이미지로 선택하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옛 나루터는 군사작전지역으로 철조망울타리로 막혀있다. 몇 척의 작은 고깃배만 생업으로 이어온 고기잡이만으로 출입이 가능하다. 지난 사연은 무궁무진하다. 지척에 율곡의 화석정을 두고 포화에 사라진 진서문은 사적가치가 있다는 개념으로 자료발굴과 복원을 위해서 조사 중이란다. 임진왜란으로 왜적에 쫓겨 피난을 가야했던 선조의 떨리는 목소리는 찰랑거리는 물결처럼 일렁인다. 몇몇의 매운탕식당은 개점휴업상태로 한산하다.

이따금 지인들이 찾아오면 매운탕에 막걸리 한 잔 걸치고 걸어서 20~30분 걸리는 장산에 오르면 임진강 건너에 초평도가 보이는 정상으로 안내한다. 오르는 길목에 시시남의 시 <들꽃>이 바랜 나무판에 어렴풋이 얼비친다. 시시남을 임진강가에 머물게 한 이야기이기도하다.

 

들킬까봐

숨어 핀 꽃 아니외다

온갖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려

낮게 핀

들꽃이외다

 

때로는 외로운 연인들이

흘리고 간

밀어의 조각을 외우며

사랑은 받는 게 아니라 외치며

누구도 알아주는 게 싫어서


가냘픈 들꽃이외다

 

덜 크고 덜 아름다워도

깊은 하늘 향해

가슴을 벌리고 있나이다

밤마다 자리 잃은 별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외로운 들꽃이외다

 

오래오래 피기 싫어

진실이 무언지 알지 못하고


들꽃이외다

 

임진강둘레길을 자전거로 여행하던 둘레객이 사진으로 찍어 올린 SNS에서 <들꽃>을 발견하였다. -asistch@hanmail.net

 



  • 글쓴날 : [2021-05-05 23: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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