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알고 느끼는 자만이 즐거움을 안다

과학과 문학 2

-알고 느끼는 자만이 즐거움을 안다

 

시인 장종국

 

건축학을 전공하고도 문학을 선택한 이상(李霜) 시인은 경성고등공업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건축가와 미술가이기도하다. 난해한 시의 개척자이다.

시적인 나를 둘로 나눈 것이 거울이다. 거울이 있음으로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고 본질적인 나와 조우하게 된다. 즉 거울은, 거울 속의 본질적인 와 거울 밖의 일상적인 를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이자 단절체로 이중적 성격을 지닌 상징적 이미지로 설정되었다. 초현실적기법 가운데 하나인 자동기술법은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기술한다는 점인데 띄어쓰기의 무시는 바로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을 띄어쓰기로 손상 받지 않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과학으로 제작한 거울은 유리표면에 상이 맺히도록 알루미늄이나 은을 입힌 유리판이다. 빛의 반사를 이용하여 물체의 형상을 비추어주는 물건을 말한다.

문학의 거울은 자기성찰의 도구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는 이중적구조의 자화상를 그려내는 상관물로 존재한다.

이상이 재창조하는 <거울>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비추어지를 들여다보자.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었을것이오

 

거울속에는네개의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거울을안가졌오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이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시적인 나를 둘로 나눈 것이 거울이다. 거울이 있음으로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고 본질적인 나와 조우하게 된다. 초현실주의기법 가운데 하나인 자동기술법은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기술한다는 점인데 띄어쓰기의 무시는 바로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줌에 있다.


과학의 사과와 문학의 사과는 어떻게 다를까. 문학의 상상력과 과학의 상상력은 팽팽하다.

 

과학의 사과는 1666년 뉴턴의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사과와 지구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할 것이라는 상상력으로 만유인력법칙을 발견하였다.

문학의 사과는 법칙이 없고 느낌만 있을 뿐이다. 함민복 시인은 <사과를 먹으며>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시인의 상상력이란 사과하나를 먹는 데도 어떻게 빛나게 흥겹구나하는 생각을 발견하게 하는 과학보다 섬세한 언어로 노래하였다. 사과를 먹고 싶다는 욕망으로 사과를 집어 끌어당기는 힘 또한 어떤 법칙이 성립되는 것이 아닐까.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맛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나무 잎 새를 먹는다

사과나무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

사과나무집 딸이 바라보던 하늘을 먹는다

사과에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지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세월 사과나무 나이테를 먹는다

사과를 지탱하던 사과나무 뿌리를 먹는다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자양분 흙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있는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를 먹는다

흙에서 멀리 도망쳐보려다 흙으로 돌아가고 마는 서과를 먹는다

사과가 나를 먹는다

 

문명비판론자인 J. Rousseau(루소)의 말이 마음에 들어온다.

 

과학은 배우는 사람을 위하여 존재하고

시는 알고 있는 사람을 위해서 존재한다.

첨단의 과학은 인류를 살리고 한나라를 일으킨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라도 더 배워야하고 새로운 것을 개발하여야한다.

인재를 키워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이라 인간으로서의 가치도 알아야하고 사람과 사람사이도리와 정도 느껴야한다.

그래서 예술이나 문학이 필요한 것이다.

알고 느끼는 자만이 그것의 즐거움을 아는 것.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asistch@hanmail.net

 

 

 

 

  • 글쓴날 : [2021-05-05 23:11:34]

    Copyrights ⓒ 파주신문 & www.paju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