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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버리고 문학을 선택한사람

과학과 문학 1

-과학을 버리고 문학을 선택한 사람

 

시인 장종국

 

병원 휴게실에서 철지난 신문을 뚫어져라 읽고 있었다. 서너 줄의 기사토막을 세 번 네 번 읽어 내렸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도처에 산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달리는 말 잔등에 거꾸로 매달려 달리는 해괴한 사건 같은 사실이다.

시집에 빠진 사람의 이야기이다. 황지우와 이성복의 시집을 읽고 감명 받아 시인의 길을 택한 이유에서이다. KAIST하면 대한민국에서 상위권에 오른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대학이다. 카이스트를 자퇴하고 중앙대학교 문창과에 재입학하여 시를 공부하고 고리타분한 시인의 길을 택한 기사에 놀랄 따름이다. 지금의 직업은 빈티지가계를 운영하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신문기사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과학과 문학의 만남이 이루어진 결과이다.

 

과학과 문학은 서로 이질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냉철하고 정확한 사고를 요하는 과학과 서정적이며 이상적인 특성을 지닌 문학은, 어느 때부터인가 양극의 학문으로 인식되어 지고 있다. 하지만 고대로 시선을 돌려보면 예전 과학자들은 문학자이기도 하였고 철학자이기도 하였다. 사회가 점점 세분화되면서 그 갈래의 골이 깊어지긴 하였지만, 그 당시 생활상을 투영한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과거를 바탕삼아 미래를 본다는 중심이념에는 과학과 문학은 큰 차이점을 없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과학과 문학을 이질적인 학문이 아니라 공존하는 관계라는 것을 실천하는 예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시의 캐너리로우(Cannery Row)에서 생물학자 에드 리케츠의 연구실이 있었다. 여기서 그와 작가 존 스타인 백, 조셉 캠벨, 화가 겸 조각가인 캐롤스타인벡, 시인 로빈슨 제퍼슨 등 친구들이 모이곤 하였다. 스탠포드 대학교 홉킨스 해양연구소의 월리엄 질리교수와 스타인벡 문학 전문가인 수전 쉴링로우는 몬터레이 반도에서 과학과 문학의 만남이라는 수업을 공동으로 가르치고 있다. 한 쿼터 동안 리케츠 연구실에 리케츠 등의 전체론적 생물학을 진지하게 접하게 된다. 그들에게 생물학과 문학, 예술은 별개가 아닌 하나의 영역이었다. 목적론은 필연적으로 인과를 따지게 되나 스타인벡 등은 사실(is)에만 집중했고, 그 것이 세계에 대한 바르고 정확한 지식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수업을 통해 교수와 학생들은 과학, 문학, 예술을 함께 포용하는 법을 배우고 이다.

 

황지우 시인은 1952년 생으로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당선되었다. 작품의 세계는 전통 시와 다른 형태의 내용을 그려내고 있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 구나>에서 애국가 같은 일상적 소재를 이용하여 사회적 삶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는 시이다.

가 아닌 우리를 설정함으로 시 속의 내용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님을 암시하고 있다. 이 시의 특징은 알레고리적 암시를 제시하는 부분의 시 첫 구절이 있다. 세상을 메고 다른 세상으로 옮겨 긴다는 시 구절이다.

이 세상과 자신의 세계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들조차 포기하고 떠나는 세상이라는 뜻에서 현실비판적인 문맥을 엿볼 수 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열 이열 삼열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은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대열을 이루며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보존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황지우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시에서 겨울을 이기고 버텨 내는 나무, 그것은 나무라는 객관적상관물에 인간적 의지를 부여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은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면서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 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로 자기몸으로

꽃 피는 나무이다 -asistch@hanmail.net



  • 글쓴날 : [2021-05-05 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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