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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꺼벙이와 임꺽정 2

-갈대

 

시인 장종국

 

갈대는 습지나 냇가나 강가 개펄 등지에서 흔히 자라는 화본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높이는 1~3미터 쯤 자라고 군락을 이루어 자란다. 9월경에 꽃이 피는데 원추화서이며 작은 이삭을 많이 달고 있고 꽃 밥은 자주색이다.

새싹은 식용으로도 사용하는데 특히 지나인(支那人)들은 요리재료로 많이 쓴다. 그리고 갈대가 처음 두세 마디 자랄 무렵에는 가축의 사료로도 사용되었으며 좀 더 자란 것은 소나 말먹이에 쓰였다.

갈대밭은 각종 새들의 은신처이며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많은 곤충류들이 산다. 60년대만 하더라도 초가집을 지을 때 갈대가 많이 쓰였다.

아이들이 갈잎을 입에 말아 물고 소리를 냈는데 이것을 초적(草笛), 초금, 호득이라 하였고 충청도 지방에서는 호떼기라 부른다.

갈을 쪼개어 대롱, 돗자리, 시렁, 삿갓, 붓통 등을 만들었다.

특히 황해도 봉산지방은 갈대숲으로 유명하다. 갈대를 이용한 수공업이 발달하여 농민들은 이를 생계수단으로 삼았다. 이러던 중 권문세도가나 내수사(內需司)의 농장으로 편입되어 농민들은 노역에 동원되고 땅을 빼앗겨 살 곳을 잃고 유랑하다가 도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 발단으로 임꺽정의 무리가 형성되었다.

임꺽정은 양주태생으로 누이동생의 남편이었던 박장명과 함께 황해도지방에서 백정, 상인, 수공업자, 노비, 아전, 역리 등 다양한 사람들로 집단을 이루었다. 임꺽정 일행은 10여 명 안팎으로 모여 활동하면서 일부는 상인들의 행장을 하고 다녔다. 한번은 봉산군수 윤지숙이 부임하는 길에 임진강 나루에서 배를 타려는데, 10여명의 장사꾼들이 물건을 지고 달려와 배에 오르는 것이었다. 윤지숙은 노하여 그들을 잡아다 벌을 주려하였다. 장사꾼들의 짐을 푸는 것을 보니 모두 활과 창, 칼 등 무기였다.

임꺽정 난에 가장 많이 참여한 자들은 토지로부터 쫓겨난 일반농민들이었다. 모이면 도적이 되고 흩어지면 농민이 되어 출몰이 일정하지 않아 잡을 수가 없었다.

이처럼 갈대는 홍명희로 하여금 장편소설 임꺽정을 탄생시키는 단초가 되었다.

 

신경림은 <갈대>를 인간에게 숙명적이면서 존재론적인 정서로 풀이했다. 즉 인간은 본질적으로 슬픈 존재라는 인식이다. 갈대의 울음처럼 조용한 울음은 삶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다.

 

언제 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 몸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파스칼(Blaise Pascal)인간은 갈대에 불과하다. 자연에서 약한 갈대,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다.”라 갈파하면서 1923년 팡세(Pensees)를 썼다.

그는 이 팡세에서 사람을 해치는 데는 온 우주가 무장할 필요가 없다. 한 줄기의 증기, 한 방울의 물로도 넉넉히 사람을 죽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약한 존재라 말한다. 사람들은 하나님과 우주가 자기보다 높고 크고 넓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도 거꾸로 가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우주에서 보잘 것 없는 존재이긴 하지만, 한 편으로는 생각하는 갈대이기 때문에 존엄성과 위대함이 있다고 했다.

인간은 자기의 비참함을 지각하는 동물이지만, 그 비참함을 의식하는 것만으로 구원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인간의 구원은 철학적, 인간적 차원보다는 신학적 차원으로 비상해야 구원을 받을 수 있음을 말하고, 온 힘을 기우려 정성을 다하여 하나님을 찾으라고 말한다.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유명한 아리아 3장 중,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에서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을 노래 불렀다.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

눈물을 흐리며 향긋 웃는 얼굴로 남자를 속이는 여자의 마음.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여자의 마음 변합니다.

변합니다. ~~~변합니다.

 

그 마음 어디에 둘 곳 모르며 항상 들뜬 어리석은 여자여,

달콤한 사랑의 재미도 모르며 밤이나 낮이나 꿈속을 헤맨다.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여자의 마음 변합니다.

변합니다. ~~~변합니다.

 

갈대꽃의 따뜻한 이야기

 

중국춘추 노나라시대 산동성에 마음씨 착한 민자건(閔子騫)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 밑에서 자랐다. 계모는 자건의 집에 들어 온 뒤 두 명의 아이를 더 낳아서 동생이 생겼다. 그런데 계모는 자기가 낳은 아이들만 귀여워하고 전실 소생인 자건은 귀여워하지 않았다. 추운 겨울이 되었다.

자건의 동생들에게는 두툼한 솜옷을 입히면서 자건에게는 갈대이삭에 붙은 깃털을 넣어 만든 얇고 보잘 것 없는 옷을 입혔다.

어느 날, 자건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고 크게 노하여 계모를 꾸짖어 쫓아버렸다. 그러자 자건은 앞으로 나서서 아버지를 말렸다.

아버지, 어머니는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그 동안 자신을 매우 따뜻하게 잘 돌보아 주었습니다. 어머니가 계시면 나 혼자 춥지만 어머니가 계시지 않으면 세 아이 모두가 춥습니다.”하면서 계모를 용서해 줄 것을 간청했다.

자건의 간곡한 말에 아버지는 자건의 착한 마음씨에 탄복하여 계모를 용서해 주었다. 계모도 자건의 착하고 깊은 마음씨에 감동하여 자신의 잘못을 뉘우쳐 동생들과 다름없이 자건을 사랑하였다.

자건은 이로서 중국에는 24명의 효자가 있는데, 그중 4번째로 뽑힌 효자로 널리 알려졌고, 공자의 열 제자 중 한명이기도하다. -asistch@hanmail.net

 

  • 글쓴날 : [2021-05-05 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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