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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성지(요상경터)

북경에서 피서산장까지 (7)

 

 

고구려성지(요상경터)

 


고구려성지(요상경터)

요상경 터로 가기 전에 들린 요상경 박물관에는 요나라 유적에서 발굴한 엄청나게 많은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토기로 만든 주전자, 목기, 의복, 철제 무기류, 묘의 벽화, 소조벽화, 도교인물, 비천상, 금동불상, 관속의 미이라, 화장묘, 장묘문화, 도자기, 목조로 만든 집모양의 묘 등이 있었다.

파림좌기는 요나라 발상지여서 요나라 유물이 많다. 요상경 터, 참으로 넓은 터다. 버스를 세워 멀리 보이는 비석을 향해 500여 미터를 걸어갔다. 나무 한그루 없는 광활한 벌판에서 직선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뜨거운 태양열이 온몸에 내리 퍼 붓는다. 이 더위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서 요 상경 터였었다고 표시해 놓은 비석을 본다.

우리는 왜 이렇게 뜨거운 태양을 무릅쓰고 걸어 와, 남의 나라 성터의 비석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있는가. 그것은 요나라 성이 있던 요 상경 터가, 예전에 고구려가 한사군에 의해 패망하기 전, 고구려가 차지하고 있던 고구려 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사코 이곳이 보고 싶었다. 비석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넓은 면적의 평야가 펼쳐져 있다. 이렇게 광활한 성터와 그 일대를 차지했던 고구려의 기상이 새삼 그립다. 광활한 터를 둘러보고 한 숨 지으며 남의 나라 비석 앞에서 사진 찍고 다시 버스가 있는 곳으로 걸어 나왔다. 버스 앞쪽에 조그만 천막을 치고 젊은 부부가 꿀과 화분(花粉)을 팔고 있다. 몇 사람이 그것을 사기에 나도 화분 하나를 샀다. 남이 사니까 덩달아 사긴 했는데 꼬박꼬박 잘 먹게 될지 모르겠다.

 

호텔식 저녁식사

오랜만에 밥다운 밥을 먹었다. 이번 여행에서 지금까지의 호텔은 말만 호텔이었다. 이곳 파림좌기의 호텔은 크고, 식당은 넓고 깨끗했다. 직접 가져다 먹는 뷔페 형식은 같으나 음식의 질이 달랐다. 개인용 신선로 같은 것이 있어서 불을 켜고 물이 끓으면 채소와 여러 종류의 조개를 넣어서 익혀 먹는 식의 음식이다. 신선한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국물은 시원하고 맛있었다. 입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먹은 우리는 행복했고, 며칠 동안 까칠했던 얼굴엔 자르르 윤기가 돌았다. 배 불리 먹고 가까운 곳에 있는 요상경 박물관까지 저녁 산책을 나갔다. 낮에 볼 때는 박물관 앞이 운동장 만하게 커서 왜 이렇게 큰 터를 놔두었나 했더니 어둑해지자 사람들이 나와서 춤을 추고 운동을 하고 있다. 둘레가 200m도 넘을 것 같은 박물관 광장을 한 바퀴 걸은 후에 세 여인이 몇 바퀴 더 도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한 쪽 나무 아래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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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어제 저녁에 조개 샤브샤브를 먹은 넓고 깨끗한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 기분이 좋다. 오늘도 먼 길을 가야하니 든든하게 먹어 두어야한다. 국물이 있는 음식은 내 비위에 맞지 않을 것 같아 놔두고, 속이 편한 죽 한 그릇과 곡물 빵, 채소 볶음도 가져 오고 우유와 수박도 두어 조각~ 계란도 하나 먹어 두어야겠다. 마지막으로 커피 한잔~ 이 호텔에 무엇보다 커피가 있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든다. 오늘은 소현세자가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와 체류했던 심양으로 간다. 저녁때나 돼야 목적지 심양에 도착한다고 하니 갈 길이 멀다. 후다닥 아침 먹고 가방 들고 내려 와 755분에 출발했다. 출발한 지 35분 쯤 지나서 버스가 가는 길 위, 아주 높은 곳 고가 철로에 트럭을 여러 대 실은 기차가 지나가는 게 보이고, 저 멀리 산 중턱에 탑이 보인다. 어제 갔던 요 상경 터의 남쪽 끝에 있는 남탑이다. 버스를 세우고 모두들 내려서 멀리 보이는 탑을 사진에 담았다.


컬치 초원의 꼬끼리 풀 밭

가도 가도 넓고 넓은 초원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그곳은 사막이다. 어제 옥룡사호를 보고 요나라 터와 박물관을 보러 갔던 파림좌기로 가는 길에도 사막이었고, 오늘도 계속 사막을 지나고 있다. 모래사막은 멀리 언덕위에 있고, 가까운 평지는 나무와 풀이 있는 초원이다. 중국은 사막에 나무를 심어 가꾸기 시작했는데, 무성하지는 않으나 활착된 나무가 수분을 머금고 있어서 풀도 저절로 자라나고 있다. 지금 지나고 있는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는 이곳이 컬치초원이다. 코끼리가 먹던 풀이 있던 곳이니, 완전한 모래사막은 아니었을 것이다. 초원에는 말들도 보였고 몇 백 마리는 될 것 같은 양떼가 흩어져 풀을 뜯고 있다. 말과 양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은, 한 마리당 수 백 평은 될 것 같다. 모래땅 드넓은 터에 시퍼런 잎으로 뒤 덮인 옥수수 밭을 보며, 인간이 살아가는 곳 어디에나 먹어야 하는 본능이 있음을 본다. 버스가 달리는 길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감동을 안겨 준다. 이렇게 광활한 초원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출발한 지 3시간이 지났다. 버스 안 여기저기에서 생리현상에 신호가 오는 사람들이 호소를 한다. 인가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곳, 확 트인 초원뿐인 곳에서 어찌해야 하나. 인솔 책임자의 고민이 크다. 생각 끝에 코끼리 풀밭 옆에 차를 세웠다. 남자와 여자가 따로따로 길 양쪽의 코끼리 풀밭으로 나뉘어 들어가 볼일을 보라고 하며, 코끼리 풀은 억세고 가시가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다칠 염려가 있다고 주의를 준다. 풀은 아직 어린잎으로 보드라울 때 코끼리가 먹는다. 이제는 사막에 코끼리가 없어 풀은 크게 자라 억세고 가시까지 돋쳐 있는 것이다. 풀의 길이가 사람 키를 훌쩍 넘어 풀 속에 흩어져 파 묻혀 앉으니 서로가 보이지 않았다.

  • 글쓴날 : [2021-05-05 22: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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