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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룡사호(玉龍沙湖), 요태조사당

북경에서 피서산장까지 (6)

 

옥룡사호(玉龍沙湖), 요태조사당

 

짝퉁 유물시장 구경, 양고기 샤브샤브

지나는 길에 골동품 시장이 있으니 들러 보자고 하여 버스를 세웠다. 그곳은 우리나라의 황학동 시장과 같은 곳이었는데, 진품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짝퉁 유물 시장이었다. 크게 비싸지 않으니 가짜라는 걸 알고 사서 기념품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일행과 함께 시장을 둘러보았다. 기념품으로라도 살만한 것이 없어 둘러 보기만하고 그냥 나왔다.

양고기 샤브샤브로 저녁 식사를 하려고 식당으로 갔다. 상당히 넓은 홀이 있었고, 객실도 여러 개 있는 걸 보니 손님이 많은 이름난 음식점인 것 같았다. 내 일행과 우교수는 며칠 동안 친해진 고등학교 선생 두 사람과 작은 객실의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종이처럼 얇게 슬라이스 한 고기를 육수에 채소와 함께 살짝 익혀 먹는 양고기 샤브샤브는 맛이 꽤 근사했다. 음식이 좋으면 술이 따르게 마련인가. 몽골 전통주와 맥주를 마셨는데 취하지 않았다. 이곳도 우교수가 잘 아는 식당이어서 특별히 서비스가 좋았다. 낮선 여행지에서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닌가.

 

야시장 구경

저녁 식사 후에 다른 사람들은 호텔로 먼저 돌아가고, 학교 선생과 몇 사람의 남자들은 술 한 잔 더 하러 간다고 했다. 우리 중 한 사람이 피곤하다고 호텔로 가서 셋이서 야시장 구경에 나섰다. 광장 옆으로 대형 쇼핑센터가 즐비하게 들어 서 있다. 야시장의 물건은 옷가지와 신발과 액세서리 등 잡다했다. 지하상가에 문신 하는 곳에 두 사람을 놔두고 나는 혼자서 지하도를 나가 광장 끝까지 가 보았다. 무대를 설치해 놓고 경품 행사를 하고 있는 곳이 있기에 호기심에 멈춰 섰다. 추첨에 당첨된 번호를 부르면 그 번호와 맞는 사람이 뛰어나와 물품을 받아 간다. 번호가 불린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고 무대 아래의 일행들도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한자로 써 있는 것들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 중에 現代라고 쓰여 있는 것도 있었다. 박스의 크기가 오래전에 빨래를 짜는 기능만 있던 짤순이만한데, 그것도 내용물이 뭔지는 쓰여 있지 않아서 알 수 없었다. 어른들은 물건을 얼마나 샀는지 또 다른 번호표를 가지고 무대 앞으로 가고, 내 옆에서 아이가 경품으로 받은 종이 박스를 신주단지 위하듯 끌어안고 있다. 한 참 만에 문신을 끝낸 두 사람이 내게로 왔다. 며칠 후면 지워진다는 검은색 기하학적 무늬가 팔목에 그려져 있었다.

 

옥룡사호(玉龍沙湖) (81)

어제 들어 온 그 호텔에서 또 묵었으니 아침 식사가 어제와 똑같은 빵과 누룽지국물과 삶은 달걀이다. 오늘은 적봉에서 파림좌기로 가다가 모래사막 옥룡사호를 보고 갈 예정이어서 7시에 출발했다. 가는 도중에 도로 양 옆으로 보이는 몽골천막 <게르> 옆에 관광객에게 빌려주는 말과 낙타를 볼 수 있었다. TV 영상으로만 보았던 모래사막을 달리는 오토바이가 즐비하게 놓여 있는데, 이것 역시 관광객에게 대여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중국 땅은 참 넓기도 넓고, 가는 곳은 참 멀고도 멀어 옥룡사호에 9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 인솔자가 옥룡사호 주차장에서 내려 모래 언덕을 바라보며 사진만 찍고 가자고 한다. 두 시간을 달려와서 사막을 본 것만으로 만족하라니 서운했지만 갈 길이 멀다. 사람들이 모래언덕에 올라 가 있는 걸 보고, 또 오토바이로 언덕을 오르는 걸 보면서, 이렇게 뜨거운 모래 언덕을 올라가는 건 형벌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먼 길 가야하니 모두들 화장실 들렸다가 사진만 찍고 버스에 올랐다. 파림우기로 가는 길은 적봉지역을 벗어나는 오란톨게이트에서부터 100km이다. 10시에 옥룡사호에서 출발해서 중간에 파림우기를 거쳐 시라무렌강을 지나고 파림좌기로 들어서는 톨게이트를 통과한 시간이 1시쯤 되었다. 그 길을 지나오는 동안 지나친 들판도 모래땅이고, 산들도 모두 모래언덕이다. 그곳 모래 평원에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꽤 오랫동안 나무를 심고 가꾸어 모래땅을 푸르게 만든 저력이 대단해 보였다.

 

요태조사당

옥룡사호에서 떠나, 오란 톨게이트를 통과하여 몇 시간 동안 한 없이 이어지던 사막을 지나 파림좌기로 가고 있다. 파림우기 톨게이트를 빠져 나올 때는 벌써 140분이 되었다. 파림좌기 중간에 요태조묘가 있어서 들렸다 가기로 했다. 요나라 발상지(파림)라고 표시 해 놓은 곳이 눈에 들어온다. 큰길에서 좌회전하여 소로 길을 따라 10여분을 달려가 요태조묘 입구가 있었다. 입구에서 우리의 홍살문처럼 성역 표시로 설치했을 것 같은 거대한 문을 통해 들어갔다. 문 안에 관리인의 집이 있는데 집 옆에 있는 닭장에서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우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구지레한 차림의 여인이 나와서 1인당 5000원의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 항공료 포함하여 1인당 105만원의 여행비로 78일 동안 써야하는 우리는 예상외의 경비를 많이 쓸 수 없다. 그 여자 관리인과 협의하여 8만원에 들어가기로 하고, 산 중턱에 있는 요나라 태조의 사당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당까지는 중간에 두어군데 평지를 제외하고는 계속 계단이어서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리도록 힘이 들었다.

드디어 올라선 사당은, 앞면 중앙의 출입문을 제외하고 양쪽과 뒷면이 거대한 돌로 한 면에 하나씩 벽을 이루고 있다. 천신과 요 태조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 하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제단으로 사용되었을 것 같은 돌들이 무너진 채로 한곳에 무질서하게 놓여 있었다. 우리 일행 셋과 남자 한사람이 측면의 돌이 얼마나 큰지 보려고 두 팔 벌리고 서서 재보니 세 사람 반의 길이였다. 주변 산에서 구한 돌일까. 이렇게 큰 돌을 옮겨다 세워 놓은 것에 모두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요태조묘까지 가 보고 싶었지만 사당 위쪽으로 한참 더 올라가 그 산의 높은 곳에 있다고 하여 사당만 보고 내려왔다.

  • 글쓴날 : [2021-05-05 22: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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