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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봉박물관, 홍산유적

북경에서 피서산장까지 (5)

 

적봉박물관, 홍산유적

 

적봉 박물관 (731)

아침식사를 하려고 식당을 찾으니, 1층 우리 방 바로 앞에 식당이랄 것도 없이 부엌 한 귀퉁이만한 것이 비좁기 짝이 없다. 쟁반에 꽃 빵과 만두를 담고, 중국 호텔 어디에나 있는 삶은 달걀과 누룽지가 조금 들어 있는 숭늉을 담아 방으로 가져왔다. 낮에 배고플 것에 대비하여, 4층에서 잠을 잔 두 여인을 내려 오라고하여 방에서 빵과 달걀과 숭늉을 먹어 두었다.

9시에 적봉박물관에서 우교수를 만나 함께 박물관에 들어갔다. 우교수는 항공대학 교수로 홍산문화 전문가이다. 안식년을 맞아 홍산문화 연구를 위해 적봉 대학의 교환 교수로 와 있는 중이라고 하였다. 중국은 1900년대 초부터 적봉(紅山)에서 수많은 유물을 발굴해 내었다. 그 중에 옥저룡은 이곳 일대의 상징이 된 유물로 이 지역의 로고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어딜 가나 옥저룡이 세워져 있고 박물관 입구에도 여러 개의 옥저룡이 설치되어 있었다. 박물관 안에 전시된 유물은 토기와 돌로 만든 돌칼, 돌도끼 등, 6000여 년 전의 유물로 가득했다. 우교수는 벽에 커다랗게 설치 해 놓은 지도를 가리키며 유적지와 유물이 발굴된 곳을 설명했다. 토기에 문양을 새겨 색감을 넣은 걸 보며 그 시대 사람들의 예술성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돌 인물상을 보니 제주도 돌하르방과 비슷하다. 적봉은 내몽골 지역이어서 몽골의 유물과 징기스칸의 동상과 원나라 왕실 복장도 전시되어 있었다. 관광객이 많아서 다소 혼잡한데다가, 여기저기서 유물을 설명하는 가이드의 큰 목소리가 우리를 방해한다. 예의바른 한국인답게 우교수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여 작은 소리로 설명하여, 바짝 따라 다니며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야했다.

 

우교수 연구실에서

박물관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우교수 연구실에서 시원한 물 한잔씩 마시고, 못 다한 홍산문화 이야기를 듣는다. 지원해 주는 곳도 없이 학자들이 자청해서 잃어버린 고조선의 역사를 찾아 연구 한다고 하는 말에 마음으로부터 존경심이 일었다. 우교수는 연구한 것을 논문으로 발표하고, 그것을 토대로 여러 권의 책을 내기도 하였다.

연구실에서 나와 홍산문화 유적을 보러가기 전에 점심을 먹었다. 원탁에 둘러 앉아, 이곳의 음식 맛을 잘 아는 우교수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주문하였다. 맛있는 음식은 하도 양이 많아서 아까웠지만 남기고 나왔다.

 

홍산문화 유적

유물이 대량으로 발견 되었던 서수지마을옆 야산으로 올라갔다. 우교수가 유적지 팻말 옆에 세워진 유물발견 분포도를 가리키며, 잘 찾아보면 토기 조각을 주울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지난 2007년에 왔을 때, 하가점 상, 하층 유적에서 삼족기(三足器) 발 두개를 주운 적이 있어 더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주워서 모아 놓은 것 중에 두 어 개 가져다 나와 같이 온 일행에게 나누어 주었다.

일 년 중 가장 더운 7월 말이다. 에어컨이 있는 버스에서 내리기만 하면 땀이 줄줄 흐른다. 하가점이 마주 바라보이는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하천의 불안정한 외나무다리를 건너 밭고랑을 지나 산으로 올라가야한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마을이 있었고,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외진 곳에 지붕도 없고 문도 없는 재래식 시멘트 화장실이 있었다. 허물어져 사용하지 않는 건가 생각했는데, 지금도 사용하는 거라고 한다. 아무리 외진 곳이지만 문도 없는 화장실을 사용한다고? 하긴 오래 전 내몽골에 갔을 때 문도 없고 지붕도 없는 화장실을 나도 사용했던 경험이 있긴 하다.

우리 일행은 외나무다리를 줄줄이 건너가 사과나무 밭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간다. 사과밭 고랑에는 땅바닥에 떨어진 씨알 작은 사과가 널려있었다. 가물어서 그런 것 같은데 물을 댈 기계조차 없어 포기한 걸까 남의 것이지만 모두들 아깝다고 한 마디씩 한다. 높은 곳을 오르느라 숨이 턱에 차고 땀으로 목욕한 듯 옷이 젖었지만, 다시 와 볼 기회가 또 있을 것 같지 않아 기를 쓰고 따라 올라간다. 산꼭대기 큰 바위에 올라서서 멀리 바라보니 한 눈에 조금 전에 보고 온 유적이 보이고, 너른 벌판과 저 멀리 맞은 편 산 아래로 8년 전에 갔던 하가점 상, 하층 유적지가 가늠되었다. 바로 옆 비탈진 곳에 갈라진 지형이 여기저기 뱀처럼 늘어서 있다. 전에 왔을 때 김형석 지리학박사가 말해주었던 땅의 순환주기 형상이다. 뜨거운 태양열을 무릅쓰고 바위에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는다. 우교수는 지금 우리가 올라와서 맞은편을 바라볼 수 있는 이 장소를 아는 한국인은, 얼마 전 찾아 왔던 친구 몇 사람과 우리 일행 29명까지 합해서 40명도 안 된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와 보지 못한 곳이라니, 그렇다면 우리도 자랑스러워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우쭐대는 마음이 들었다.

적봉공원

호텔로 돌아오는 도중에 우교수가 홍산을 배경으로 사진이 제일 잘 찍히는 곳을 알려 주겠다며 일행을 적봉공원으로 안내하였다. 너른 공원 안으로 들어서 사진 찍을 곳으로 가는데, 저쪽에서 몇 마리의 낙타가 늘어지게 앉아서 사람들이 던져 주는 풀을 먹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고약한 냄새가 풍겨왔다. 한국에서는 낙타에서 옮겨진다는 메르스가 몇 달 간 지속 되다가 막 끝났던 때라, 우리 일행은 될수록 낙타와 멀리 떨어져 지나갔다.

공원 안쪽으로 한참을 걸어 들어가 작은 아치형 다리위에서 바라보니, 홍산을 파노라마로 펼쳐 놓은 것처럼 전체가 다 보인다. 다리위에서 사진을 찍으면 홍산 배경이 완전하게 체로 찍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찍는 사진이 가장 멋지다고 하여 너도 나도 차례대로 올라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는다. 붉은 색채를 두른 홍산이 단단하고 완고하게 인물 뒤쪽에서 카메라의 뷰 파인더에 잡혀있다.

  • 글쓴날 : [2021-05-05 22: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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