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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묘(女神廟)

북경에서 피서산장까지 (4)

 

 

여신묘(女神廟)

 

우하량 박물관

피서 산장을 보고나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시내의 교자만두 식당으로 들어갔다. 원탁이 놓인 실내가 넓지는 않았지만 시원했다. 테이블에 앉으니 두꺼운 비닐에 접시, 밥공기, 국그릇, , 수저를 담아 기계로 포장한 것을 한 세트 씩 나누어 준다. 우리나라 식당의 물수건을 공장에서 소독해 배달하는 것과 같았다. 만두는 세 가지 종류였는데, 무엇을 넣은 만두인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고기만두와 야채만두 종류였던 것 같다. 평소에 만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잘 안 먹는데 맛이 나쁘지 않았다. 만두로 점심을 먹고 150분경에 출발하였다.

적봉 가는 길에 우하량박물관, 여신의 제단, 석곽묘를 보고 갈 예정이다. 이제부터 가는 곳은 모두 고조선 유적이다. 2007년에 왔을 때는 석곽묘만 보고 여신묘는 못 보아서 기대가 되었다. 큰 도로에서 좌회전하여 경사진 언덕길을 조금 올라가니 거대하게 여신상을 만들어 놓고 제단 터로 조성해 놓았다. 잠깐 동안 사진만 찍고 가까운 곳에 있는 우하량 박물관으로 갔다. 박물관 입구에는 둥근 우주선 모형의 건물이 위압적인 자세로 서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은 모두 우하량 일대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여신상과 우하량박물관은 전에 왔을 때는 없던 것으로 그 후에 새로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여신묘(女神廟)

박물관에서 버스로 멀지 않은 곳에 여신묘 박물관이 있다. 입구에 세워 논 안내판에는 2009년에 완공한 것이라고 쓰여 있다. 고조선의 유적을 자기나라 역사로 만든 중국인들이 관광 수입 올리느라 없던 것을 자꾸 만들어 낸다. 여신묘 유적이라고 하지만, 유물은 많지 않고 3층 높이에서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여신 묘 자리를 재현해 놓았다. 이곳의 여신은 누구인가. 단군 왕검을 낳은 곰의 자손일까? 우리나라에는 여신 전설이 많다. 제주도의 삼성할미도 그렇고 아기를 점지해 준다는 삼신할미도 여신이다. 중국은 오녀산성에 우리나라 단군설화 속 인물인 웅녀상을 거대하게 세워 놓았다. 단군설화도 우리의 역사인데 그들은 그것조차 자기네 역사로 탈바꿈해 버린 것이다.

석곽묘(石槨墓)

우하량 박물관과 여신묘와 석곽묘 모두가 하나의 우하량 유적으로, 석곽묘를 우하량 제2유지라고 한다. 석곽묘는 지난 2007년 여행 때 와 본 곳이다.

그때는 넓은 벌판에 석곽묘가 있었고 돌로 쌓거나 표시해 둔 묘가 그대로 드러난 상태였는데, 고조선유적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인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공안원이 지키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들판을 달려가, 4000여 년 전의 조상의 묘를 보며 숨이 막힐 것 같은 감정을 추스르는데 공안원이 나가라고 소리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잡히면 벌금을 많이 물어야 한다. 그래도 사진은 찍어야지. 비가 점점 세차게 내리 퍼 붓는다. 카메라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되는데 생각하며 옷으로 덮고 빨리빨리 팍팍 찍고 헉헉대며 달려 나왔었다.

지금은 그 넓은 묘지를 체육관처럼 돔 형태로 씌워 놓고 표를 팔고 있다. 그 때는 석곽묘 옆에서 바로 들여다보았는데, 묘 터 주위로 빙 둘러 높이 전망대를 설치 해 놓고 그 위에서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생긴 대로 놓여 있던 묘는 둘레에 흰 선으로 분리하고 숫자를 써서 표시해 놓았다. 그 중에 제일 큰 무덤이 여신묘 터이고, 그 앞의 넓은 터가 하늘과 여신에게 제사 지내는 제단터라고 한다. 높은 곳에서 조망하니 한 눈에 다 볼 수 있기는 한데, 그때처럼 묘 옆에 서서 보는 실감은 나지 않는다. 그래도 7년 만에 다시 보는 조상의 묘 터에 서서 가슴이 뭉클해 오는 감동을 느낀다. ‘우하량제2유지를 보고 나오는데 미진한 무엇이 끌어당기는 듯하여, 자꾸만 뒤 돌아보며 돔으로 뒤집어씌운 건물을 찍어댔다.

 

적봉 가는 길

4시가 지나서 우하량제2유지에서 적봉으로 출발하였다. 적봉까지 300km나 된다니 저녁 늦게야 도착할 것 같다. 한 시간 쯤 가다가 화장실이 급한 사람을 위해 고속도로 옆 주유소에 잠시 정차했다. 지루한 시간을 고조선 역사 얘기를 들으며 바깥 풍경을 보기도 하고, 잠시 졸기도 하면서 달려가는 버스에 흔들렸다. 고속도로 도로변의 가로수가 특이하다. 보통의 가로수는 키가 크고 가지가 많아 잎사귀가 무성하게 그늘을 드리우는데, 그늘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고속도로여서 그런지 관상용 나무처럼 작고 예쁘다. 이런 낯선 풍경들이 나를 설레게 하고 여행을 더욱 깊이 있게 해준다.

 

노천 양꼬치 구이

사위가 어둑해진 저녁에 적봉에 들어섰다. 적봉유적을 안내하기로 한 우교수를 만나, 양꼬치 구이 노천 식당으로 갔다. 노천엔 각각의 식당 앞에 천막을 쳐놓고, 드럼통에 장작불을 피워 양꼬치를 구워내고 있었다. 양고기뿐 아니라 돼지고기와 생선까지 꼬치에 끼워 굽고, 마지막엔 하얀 크림소스에 찍어 먹는 빵까지 코스로 나온다. 애벌 구운 고기를 두꺼운 무쇠 팬에 다시 구워먹는데 맛이 있다. 천막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등불 아래서 꼬치 굽는 연기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저녁, 한 잔의 맥주가 낭만적인 밤이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로 안쪽으로 옮겨 앉느라 잠깐 소요가 일었으나, 그것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여행의 인솔 책임자인 출판사대표가 트윈베드가 모자라 몇 사람은 더블베드를 써야하니 내 일행 넷이 더블베드를 썼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나 예민한 두 여성이 한 침대에 다른 사람과 같이 있으면 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두 여인은 트윈실로 보내고, 나와 Y1층의 더블베드에서 자기로 했다. 예민하지 않은 우리는 얘기하느라 좀 늦게 자긴 했지만 아침까지 푹 잘 잤다.

  • 글쓴날 : [2021-05-05 22: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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