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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이 내려다보이는 경산공원

북경에서 피서산장까지 (1)

 

자금성이 내려다보이는 경산공원

 

1. 김포 공항의 지루한 시간 (728)

고조선 유적답사회를 따라 가는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첫 번째 고조선 여행은 8년 전에 다녀왔는데 언제든 또 가보려고 벼르고 있던 차에, 코스가 북경과 내몽골의 적봉과 심양까지 들어 있어 참여하기로 했다. 이번이 벌써 31회 차 답사라고 하니, 우리 역사의 뿌리를 찾아다니는 답사단의 노력에 감탄 하였다.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일행을 만났다. 이번 여행의 전체 인원은 스물아홉 명이고, 그 중 여성은 열 명이다. 답사단원들 중에는 교수와 역사 전문가들이 있어서, 언제나 휴가와 방학을 이용 하느라 여름에 떠난다.

출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일행에게 공항 측에서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한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중국 남방 항공인데, 어제 북경에 천둥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고 안개가 끼어 북경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에서 8시 쯤 출발하면서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팠다. 항공사 측에서 식권을 제공해 주어 김밥과 어묵과 음료수로 배를 채웠다. 김포공항의 몇 안 되는 식당에는 먹을 만한 게 없다. 밥을 먹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 역시 몇 안 되는 면세점을 둘러보기도 하고, 잡담을 하기도 하며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1230분에 떠날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오후 4시에 이륙하였다.

 

2. 북경의 저녁

6시간 30분 동안을 하릴없이 김포공항에서 보내고, 한 시간 남짓 날아서 북경 공항에 도착하니 55분이다. 공항에서 북경 시내까지는 약 18km20여분 거리라는데, 짐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조선족 가이드는 북한 말투로 북경 공항과 북경의 도로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북경시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는 텐진까지 이어지는데, 신호등도 없고 휴게소도 없으며 입구와 출구만 있다고 한다. 중국은 북경, 상해, 천진, 중정 등, 네 개의 직할시가 있다. 그 중 상해는 현재 경제 무역중심지로 부상했고, 북경은 중국 역사 5000년 중, 2500년간이나 수도였던 역사도시이다. 북경은 자생적으로 생겨난 도시가 아니고 계회된 도시여서, 순환도로는 자금성을 중심으로 바둑판처럼 네모꼴로 이어지며 북경시내 중심 면적만 16800km나 되는데, 북경 올림픽 이후에 경제가 더욱 발전 하였다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북경 뒷골목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650분이었다.

 

3. 7days 호텔

골목 안에 있는 호텔은 버스가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좁아, 200m의 거리를 30여명이 여행 가방을 요란한 소리를 내며 끌고 걸어 들어가야 했다. 골목 안에 있는 집들은 비교적 오래 된 옛 건물들이어서 구경하며 걷느라 무거운 가방의 중심을 못 잡아 가방이 이리저리 휘둘린다. 7days호텔은 시내에서도 가끔 같은 이름의 호텔 볼 수 있었고, 다른 지역에 갔을 때도 묵었던 체인 호텔로, 우리나라의 장급 여관 정도의 저가 호텔이다. 저녁식사를 하러 간다고 가방을 객실에 두고 30분 후에 나오라고 했다. 하루 종일 흘린 땀에 몸이 끈적거려 객실에 가방을 던져 놓자마자 재빨리 샤워를 했다. 얼굴에 바르는 스킨도 로션도 부유물처럼 거추장스럽다. 맨 얼굴에 눈썹을 그리고 입술에 약간의 색감을 주는 건 예의이니 그것만~

열 명이 앉는 원형 식탁에 둘러 앉아 다른 일행들과 처음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는 호텔의 다른 건물에 딸려 있는 식당이었는데, 좁고 작은 실내에 5~6개의 식탁이 한 줄로 놓여 있고, 음식은 빵과 삶은 달걀과 한 가지 반찬뿐이었다. 그것도 자리가 부족하여 주방 옆 직원이 사무용으로 쓰는 테이블에 앉아 대충 위를 채웠다. 아침식사라기 보다 숙박에 따른 서비스일 뿐이어서 불만을 말할 수 없었다. 일 년에 한 번씩 매년 떠나는 단체 여행이어서 최소한의 경비만 사용하려는 것이다.

 

경산공원(景山公園) 729

자금성을 관람할 때 꼭 가야할 곳이 경산공원이라고 하는데, 오늘의 제 1코스가 경산공원이다. 경산은 자금성에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을 쌓아 두었던 곳으로 바람이 불면 석탄이 자금성 쪽으로 날아와, 자금성을 건설할 때 파 낸 흙을 위에다 쌓은 것이 산이 되었다고 한다. 경산은 전체 면적 23로 자금성의 북쪽(뒤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 시대의 황궁 정원이었다. 북경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가장 높은 곳으로 경산공원 꼭대기에서 자금성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것이 북경 여행의 백미 중의 하나라고 한다.

경산 정상으로 가기 위해 산길로 들어섰다. 울창한 숲에는 주로 소나무가 많았는데, 거의가 우리가 귀하게 여기는 백송(白松)이다. 공원 정상에 건륭 15(1750)에 지은 만춘정(萬春亭)이 자리하고 있는데, 정자 안에는 두 손을 모으고 검지손가락 두 개를 턱에 대고 은빛 광채를 발하는 부처가 앉아 있다. 정자 앞에서 내려다보이는 자금성은, 고궁의 붉은 갈색 건물들이 고색창연한 빛으로 펼쳐져 있지만, 안개가 끼어 있어서 찍은 사진이 선명하지 않았다. 자금성을 들어가려면 관람객이 많아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한다. 어제 공항에서 허비한 시간만큼 답사코스가 줄어들어 자금성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자금성을 들어 가 보지는 못했지만, 전체가 보이는 자금성을 등지고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산 아래 명사종순국비(明思宗殉國碑)’가 서 있다. 사종은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의 시호이다. 명나라 숭정(崇禎) 17(1644) 이자성(李自成)의 군대가 북경을 공격해 오자, 숭정황제는 궁궐을 빠져 나와 경산공원에 와서 목을 매 자결하였다. 청나라는 이 나무에 죄괴(罪槐)”라는 이름을 붙이고, 황족들도 이 나무 앞을 지날 때는 말에서 내려 걸어가도록 하였다. 이자성은 겨우 40일 동안 통치하다가 후금(청나라)에 의해 쫓겨났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은 무상하다.

  • 글쓴날 : [2021-05-05 22: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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