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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늙음에서1
늙음에서1

-배움

 

시인 장종국

 

늙은이란, 낡은이란 뜻일 게다. 세상의 삶들은 모두 낡고 있음은 진행이다. 나는 지금 낡아서 삭아서 진행 중이다. 조물주가 사람을 만들었다면 어떤 창조물보다 현명하게 만들었다. 낡아서 삭아지는 과정이 기막힌 과정이다. 낡음은 말초(末梢)부터 오나보다. 머리카락은 파뿌리가 되고 기억력은 쇠퇴하여 잊어버리기 일쑤다. 사리판단은 흐려지고 명석함도 탁해지고 있다. 보이는 것은 먼 거리와 가까운 거리 모두 희미하여 안경을 쓰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멀리서 들리는 소리. 가까이서 속삭이는 소리마저 잘 들리지 않는다. 아랫도리는 어떻고, 달리고 달려도 힘든 줄 모르던 때가 엊그제 갔더니, 이제 몇 십 미터를 달려도 숨이 가쁘고 다리가 움직이질 않으니 높고 먼 길 걷기를 포기하여야 할 판이다. 팔 힘은, 허리 힘 모두가 예전 같지 않다. 아픈데도 많아졌다. 좋아하던 마른오징어를 씹으면서 여행하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허리도 푸른 하늘을 평생을 짊어지고 있었으니 굽기 마련이다. 신체의 모든 곳이 시원찮다. 그래 이제 죽어도 아까울 것 없다고 한탄하면서 삶을 조금씩 내려놓고 포기하게 함이 조물주의 기막힌 전략이다. 청춘으로 죽음을 만난다면 얼마나 삶이 아까울까. 하늘에서 내려 보내는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을 량 마지막까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찾아 헤매고 있는 참이다.

 

문자메시지로 칠순기념 출판식과 그림전시회에 참석해달라는 전갈이 왔다. 문자로 축하인사를 올렸다.

무지개띠에 입회하신 걸 축하합니다.” 이내 회신이 도착했다.

무지개 띠가 뭔 말 인가요?ㅎㅎㅎ즉시 답신을 보냈다.

"일 곱 빛깔 무지개를 모르시나요?” 그제 서야, “! ! 기가 찬 메타포, 나도 써먹어야겠다.”

저작권등록을 하지 않았으니 어쩌나. 써 먹고 싶은 사람들은 마음대로 써먹으라지.

세월이 약이랬지. 그렇지만 세월의 약도 오래먹으면 죽는 약이다. 발달된 현대약발은 효능이 좋은가 보다. 고려장 치를 나이가 지났는데도 모두가 건강하고 연장된 수명을 즐기고 있고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욕망의 전차를 타고 달리고 있으니.

 

평생학습이란 용어가 낯설지 않게 주변에 정착되어있다. 못다 배우고 못다 푼, 삶의 과제를 풀어야 되겠다. 글쓰기도 부족하여 돌새김에 도전하였다. 손 글씨로 쓴 시집 한 권을 완성하려고 달개집이라는 작업실도 마련하였다. 무엇을 어떻게 쓰고 새길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시작하고 볼일이다.

 

아라비아의 시인 오마르 워싱턴(Omer Washington)나는 배웠다라는 글에서 사랑하는 것과 사랑 받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구해야겠다.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을 받는 일은 그 사람의 선택에 달렸으므로,

나는 배웠다. 아무리 마음 깊이 배려해도 어떤 사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인생에선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의 매력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 배워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

내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

내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을,

 

또 무슨 일이 일어나기보다 그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내도 거기엔 늘 양면이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겐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놓고 떠나야 함을,

더 못 가겠다고 포기한 뒤에도 훨씬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마땅히 해야 힐 일을 하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것을 배웠다.

 

깊이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드러낼 줄 모르는 이가 있다는 것을,

내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남을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정이 계속되듯 사랑 또한 그렇다는 것을,

가끔은 절친한 친구도 나를 아프게 하다는 것을,

그래도 그들을 용서해야 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남에게 용서를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한다는 것을,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해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 다는 것을,

두 사람이 다툰다고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며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또 나는 배웠다. 때론 남보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된다는 것을,

두 사람이 한 사물을 보더라도 관점은 다르다는 것을,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 결국 앞선다는 것을,

친구가 도와 달라고 소리칠 때 없던 힘이 솟는 것처럼

자신의 삶이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글 쓰는 일이 대화하는 것처럼 아픔을 덜어준다는 것을,

가장 아끼는 사람이 너무 빨리 떠나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것과

내 주장을 분명히 하는 것을 구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그리고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 받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 글쓴날 : [2020-01-15 11: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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