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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마지막 왕조 후에왕궁

베트남의 중부 다낭여행 (6)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 후에왕궁

 

필그라미호텔

바나산에서 내려와 항아리가 있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시내에서 버스로 한참을 달려 한적한 교외의 필그라미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다낭에서 후에로 가 묵게 된 필그라미호텔은 호텔이라기보다 단독주택 형태의 숙소이다. 단독으로 하나씩 있는 집들이 질서 있게 골목길을 따라 줄지어 서 있고 나무도 있고 꽃밭도 있는 것이 하나의 마을 같았다. 숲속의 객실에서 꿀잠을 자고 산듯하게 잠에서 깨어났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을이 정원 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처럼 꽃과 나무와 풀이 무성하고,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꽃이 고혹적인 자태로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거리고 있다. 아침 먹기 전에 룸메이트와 마을길 따라 산책에 나섰다. 아침 일찍부터 연못에서 매닥질을 치고 있는 청둥오리 한 마리가 눈길 끈다. 깨끗한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 와 청소라도 하고 나갔을까 가슴이 시원하다. 아침식사는 마을 위쪽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했는데, 깨끗하고 좋은 분위기에 환경이 주는 기분 탓인지 음식도 맛있었다.


흐언강 옆 티엔무 사원

서울에는 한강이 있고, 베트남 하노이에는 홍강이 있고 호치민에는 메콩강이 있다. 이렇듯 수도에는 대부분 강이 있어 수도로서 발전할 수 있는 기능을 하게 마련이다.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의 왕궁 바로 옆에도 흐언강이 있는데, 아무리 가물어도 강물이 줄어들지 않을 정도로 강물의 유입이 많아 흐언강은 후에시의 젖줄로 불린다.

흐언강을 따라 도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후에에서 가장 큰 사원인 티엔무 사원은 베트남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건축물 중 하나라고 한다. 1601년에 창건된 티엔무 사원에는 21m 높이의 7층 팔각형 탑이 있다. 이 탑은 투난의 탑이라 하여 행복과 하늘의 은총을 의미하며, 탑에는 각 층마다 불상이 배치되어 있다. 탑 옆에는 2톤의 무게를 지닌 범종이 있는데, 종을 치면 소리의 울림이 시내까지 들린다고 한다. 안으로 더 들어가면 절의 본당이 나오는데, 본당 내부에는 폴란드 사람인 클로이스가 제작한 청동 불상이 있다.

특이한 것은 본당 위쪽 뒤편에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는 것이다. 자동차에 얽힌 이야기는, 베트남 전쟁 때 이 절에 살았던 틱 꽝 득(Thich Quang Duc)스님이 남베트남 정부의 불교 탄압 정책에 항의 하려고 사이공에 가서, 미국 대사관 앞에서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자살을 하였다. 전시된 자동차는 그때 틱 꽝 득 스님이 타고 갔던 자동차이다. 이곳 티엔무 사원은 베트남 불교계의 많은 인사들을 배출한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이다.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 후에 왕궁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인 응우엔 왕조의 왕궁인 후에왕궁으로 가려고 티엔무 사원에서 밖으로 나와 보니, 전동차가 기다리고 있다. 전동차는 지붕은 있는데 사면이 오픈되어 있는, 두 명씩 앉는 의자가 세 개 설치되어있는 차이다. 둘레가 11km나 되는 왕궁으로 가기 위해 두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출발했다. 황제 열세명이 나라를 다스렸던 후에왕궁은 베트남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유적이다. 뜰은 가로 세로 각각 2km, 높이 5m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성벽은 다시 해자로 둘러싸여 있었다. 해자의 물은 후에를 관통하며 흐르는 흐엉강에서 끌어왔다고 한다해자를 건너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후에성으로 들어갔다. 후에왕궁으로 들어가려면 문은 정문인 응모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왕궁은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대부분 손실되어 현재는 일부만 보존 되어 있다. 4개의 문 가운데 남쪽문인 2층 구조의 중국식 건물양식이다. 계단을 올라 응오문(남문) 누각에 오르면 왕궁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응오문 누각에서 내려와 태화전으로 향했다. 태화전은 중국 북경의 자금성을 모방했다는데, 황제의 즉위식이나 국빈 환영식이 거행되던 곳이다.
왕들의 위패를 모신 현임각 앞뜰에는 후에왕조의 역대 황제의 이름이 새겨진 커다란 청동 솥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후에왕조의 보살사인 현임각의 청동 솥에는 왕조의 정통성과 영속성 그리고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의 해, , , , , 구름이 새겨져 있다. 그러나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으니, 영원성을 기원했던 후에왕조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지 않았는가.

 

동바마켓

점심 먹으러 가기 전에 가이드가 베트남식 마켓인 동바마켓에 우리를 내려놓고 구경하라고 하였다. 아니 물건을 사라는 뜻이다. 마켓에 들어서서 진열장 사이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살만한 게 있는지 살펴보았다. 흙으로 빚은 동자승이 무더기로 진열되어 있는 것이 특별해 보일 뿐, 그릇과 돗자리와 생활용품과 과일 등, 흔하디흔한 것들만 진열되어 있다. 게다가 품질도 썩 좋아 보이지 않아 사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내가 사 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일행들 중에 혹시 사는 사람이 있을까 둘러보니 그들도 살 물건이 없는 모양이다. 가이드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가이드를 위해서 필요 없는 물건을 억지로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패키지여행을 하면 꼭 한 두 번씩 이렇게 물건 사는데 끌려 다니게 되어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그러나 외국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특산품이나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한두 가지 사오게 된다. 오늘처럼 살만한 게 없지만 않으면 마켓이나 선물용품을 파는 곳을 들르는 일이 여행자에게도 필요

할 수도 있는 일긴하다.

 

 

  • 글쓴날 : [2020-01-15 11: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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