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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간 통신선 복원 어떻게 봐야하나?

우여곡절 끝에 남북 간의 연락채널인 통신선이 복원 됐습니다. 지난해 6월 중단된 이래로 13개 월 만에 최소한의 연락 채널이 복원된 것입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경색 국면을 달려오던 남·북 관계에 작은 틈새가 열렸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언제 또 다시 경색국면이 찾아올지 알 수 없지만, 현재 국면에서의 불씨를 살려나가면서 향후 보다 진전된 관계로 발전 할 수 있도록 상호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 체제를 극복하고 상호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성숙한 인내와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을 했었고, 이후 70년 동안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온 사이에서 하루아침에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것은 솔직히 무리입니다.
다행히 북에서도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주·객관적인 조건들이 남과 북의 협력을 추동하고 있음을 볼 때 이번의 통신선 복원이 또 다른 관계개선의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갑작스러운 북한의 태도 변화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우리 일부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충분히 그럴 수 있음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명제’는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즉 어떠한 경우에도 남과 북이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쟁은 고도의 정치행위’라고 클라우제비츠는 정의 한 바가 있습니다만, 클라우제비츠 당시의 전쟁과 현대의 전쟁 양상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남과 북이 전쟁을 벌인다면 사실상 민족 절멸의 길로 가게 될 것입니다. 설령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대한민국이 이룬 모든 성과들이 깡그리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또 다시 후진국의 늪에서 헤매게 될 것입니다. 과거의 전쟁은 전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땅을 빼앗는다거나 배상금을 요구한다거나 하는 등의 이익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남과 북이 전쟁을 해서 설령 이긴다고 하더라도 핵 폭발로 무참히 망가져버린 국토에서 그 어떤 이익을 볼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해봅시다.
전쟁은 ‘너 죽고 나 사는’ 99.999%의 확률이 있어도 하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너 죽고 나 죽고’하자는 것은 미련하기 그지없는 선택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을 치자거나 아니면 북한에 대응해서 핵무기를 개발하자는 등의 철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런 모험주의자들이나 극단적인 이념주의자들의 말을 들어야 합니까?
언제나 그렇듯이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은 민중들의 삶과는 무관한 정치인들이거나 지도자들이지만 전쟁의 참화를 고스란히 받아 안아야하는 사람들은 그 나라의 민중들이었습니다. 
6.25때 이승만은 한강철교를 폭파하고 도망치면서도 민중들을 향해서는 결사항전 하라고 했습니다. 6.25때 죽거나 다치거나 행방불명되거나 이산가족이 된 사람들이 수 백 만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은 천수를 다했고 이승만 역시 평화로운 죽음을 맞았습니다. 
전쟁을 해서라도 통일을 하자는 소리는 ‘너희들은 죽어도 나는 살 수 있다’라는 말과 똑같은 소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과 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하고, 그런 다음에 양 국민 모두가 동의 할 수 있을 때 통일하자는 것이 현재의 통일방안입니다. 충분히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안입니다. 
역시 그렇기 때문에 이번의 남·북간 통신선 복원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 남과 북이 공존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결코 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너무나 절실한 현실의 문제이고 당위의 문제입니다. 
어느 길이 우리를 보다 안전하게 해줄 것이고, 우리의 미래와 후손들의 번영을 이끌게 할 것인지 지금 다시 냉정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모험주의자들과 극단적 이념주의자들과 과감한 단절을 고해야 할 때입니다.
  • 글쓴날 : [2021-08-03 20: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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