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중부 다낭여행 (5)
바나힐 국립공원
동굴여행을 마치고 가이드는 우리를 라텍스 매장으로 안내했다. 여행 중, 쇼핑코스는 여행객들에겐 폐해이지만 가이드에겐 필수코스이다. 그러나 비싼 매트리스를 사는 사람은 없고 몇 사람이 베개만 샀으니, 가이드가 조금 실망했을 것 같다. 점심식사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산해진미’ 식당에서 라면 넣은 김치찌개로 먹었다. 남비에 담긴 빨간 국물 위에 고불고불한 라면의 익숙한 비쥬얼이 먹기도 전에 식욕을 돋운다. 다낭에 온 후로 처음 맛있는 식사를 했다.
바나힐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버스로 2시간을 달려 다낭에서 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바나산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다낭 여행의 필수코스인 바나힐은 야자수가 즐비하게 들어 서 있는 입구에서 케이블카를 타는 곳까지는 꽤 먼 거리여서 두 사람씩 앉을 수 있는 좌석을 연결한 긴 전동차를 타고 들어간다. 케이블카 타는 곳에 길게 늘어 선 사람들 줄 끝에 서 있다가 우리의 차례가 되어 케이블카를 타고 산으로 올라간다. 바나힐 국립공원은 해발 1500m의 높이로 케이블카는 기네스북에 등재 될 정도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거리이다. 발아래에 펼쳐지는 광경은 빽빽한 숲이었다가, 계곡이었다가, 폭포가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 울창한 밀림 위를 지나가는 것처럼 가히 환상적이다. 케이블카의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점점 높아지는 고도에 창문 틈 사이로 시원한 산바람이 들어온다. 바람타고 들어 온 청정한 숲의 온갖 식물들의 냄새가 머리를 맑게 해 준다. 20여분을 올라가 드디어 국립공원에 닿았다. 다낭 시내와 바다를 한 눈에 굽어 볼 수 있는 산 정상에는 150년 전 프랑스가 지배하던 시기에 더위를 피하기 위해 휴양지로 개발한 곳으로 그때의 건물이 남아 있거나 다시 개발한 시설이 들어서서, 현재는 성당, 사원, 호텔, 레스토랑,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과 기념품 가게,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산 정상에 세워 진 베트남 속 작은 유럽
프랑스인들이 베트남을 점령하고 있던 당시 더위를 피해 이곳에 별장을 지었는데, 부유한 프랑스 관료들의 정원을 그대로 재현해 놓아 유럽의 한 동네에 와 있는 듯 풍경이 아름답고 화려하다. 높고 큰 건물은 마치 유럽의 한 고성을 옮겨놓은 것 같아 관광객들이 감탄의 환성을 지르고, 구석구석 동화 속 마을 같은 풍경에 사람들은 마냥 들뜬 마음에 즐거워한다. 베트남 속 작은 유럽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고,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를 본떠 만든 레스토랑도 인상 깊었다. 가이드가 만날 시간을 정해 주며 자유시간을 주어, 파주에서부터 같이 간 내 짝과 먹음직한 베트남 간식을 사먹기도 하며 이곳저곳 들러보러 다녔다. 성당이나 호텔은 평지에 있는 건물과 똑같이 높고 컸다. 해발 1500m의 산꼭대기에 이토록 웅장한 집을 지을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긴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할 지경이다. 건물 짓기에 동원된 인부들의 수고로움과 고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아무튼 그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보러 찾아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레일바이크 타고 산 둘레 한바퀴
레일바이크를 타고 온다는 일행을 만나 재미있다고 타 보라고 하기에 우리도 타 보기로 했다. 그곳에도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 서있어 표를 사고 30분 쯤 기다려야했다. 줄이 점점 줄어 드디어 눈앞에 우리가 탈 레일바이크가 도착했다. 직원이 깃발을 올려 출발 신호를 하자 우리는 과감하게 핸들을 앞으로 밀었다. 레일과 바퀴의 마찰이 온몸으로 전해지고 짜릿한 하강이 시작되었다. 레일바이크에는 핸들이 있고 앞으로 밀면 가고 당기면 브레이크가 작동하여 수동으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간단한 구조이지만, 평지가 아닌 산꼭대기에 설치한 레일 위를 달리고 있어서 조금 무서웠다. 바이크는 적당한 간격으로 출발하지만 속도를 내는 사람도 있고 우리처럼 속도를 줄이고 가는 사람들도 있어서 앞뒤의 간격을 잘 조절해야 충돌하지 않는다. 다행이 앞에 가는 바이크와 뒤에 따라오는 바이크가 가까이 있지 않아, 편안하게 풍경을 보며 속도를 즐겼다. 짜릿한 속도감에 바나산 풍경까지 감상하는 맛이란 천상을 넘나드는 것처럼 특별했다.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찍히는 카메라가 있어 지나가는 모든 바이크를 찍고 도착하면 사진을 내밀며 사라고 한다. 우리에게도 사진을 내밀기에 힐끗 보니 사진이 별로 잘 나오지 않아 사지 않았다. 어느덧 약속한 시간이 되어 만날 장소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바나힐국립공원 정상을 내려왔다.
‘마담란’에서 현지식 저녁식사
‘마담란’에서 현지식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대문에서 50여m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는 길 양 쪽에, 항아리를 줄지어 놓아둔 것이 특이했다. 그 끝에 지붕만 있는 커다란 오픈 하우스가 있고, 평지보다 약간 높게 마루처럼 만들어진 곳에 식탁을 놓아 정원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게 하였다. 여행은 보는 것에 먹는 것이 더해져 행복한 시간을 만든다. 여행 중에 보고 느끼고 감탄하며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은, 내 인생에 있어 제일의 축복이다. 여행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니, 이렇게 집을 떠나와 지구의 어느 한 곳을 방랑객처럼 떠도는 일은, 내가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인 것이다. 좋은 곳을 보고 좋은 음식도 먹었으니 이제 호텔로 돌아 갈 시간이다. 타고 다니던 버스는 보이지 않고 베트남의 명물인 전통 씨글로가 기다리고 있다. 씨글로는 커다란 바퀴가 네 개 달려 있고, 자전거 앞 쪽에 좌석을 설치하여 승객이 타고 자전거 안장에 운전자가 앉아 두발로 페달을 밟아 움직이는 교통수단이다. 한 사람씩 앉아서 앞뒤로 줄지어 대로를 달려가는 씨글로 행렬이 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