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핑크빛 다낭대성당과 17세기 중국인 거리

베트남의 중부 다낭여행

 

핑크빛 다낭대성당과 17세기 중국인 거리


닭 성당으로 불리는 <다낭대성당>

다른 종교들은 하나같이 자기가 믿는 신이 유일신이라고 주장 하는데 반해, 5대종교의 신으로 추앙받는 성자를 모두 합하여 숭배하는 희한한 종교 까오다이사원을 보고 나와 이번엔 다낭 대성당으로 향했다.

다낭대성당 역시 유럽에서 많이 보았던 정통적인 성당 양식이기는 하나, 분홍색깔의 외양이 특이하다, 건축된 시기는 프랑스 식민 통치 기간으로, 19232월 현재의 쩐푸 거리에 발레(Vallet) 사제가 설계하고 건축하였다. 성당 꼭대기 첨탑의 풍향계 위에 닭 모양의 구조물이 있어서 바람이 불면 빙글빙글 돌아간다. 그래서 닭 성당이라는 의미의 찐 또아 꽁 가(Chinh Toa Con Ga)’라고도 부른다. 전체가 분홍색인 외벽이 인상적이며, 내부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되어 있다. 성당 마당을 둘러 쳐진 담에는 예수의 일대기가 아름다운 벽화로 그려져 있는 것이 다른데서는 볼 수 없는 다낭성당만의 특징이다.

첨탑 꼭대기에 수탉이 앉아있는 이유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을 때, 로마 병사들 앞에서 예수를 부인 하는 사람들을 보고, ‘모든 사람이 주님을 버릴지라도 저는 결코 주님을 버리지 않겠습니다.’라고 맹세를 한 베드로가 수탉이 울기 전에, ‘나는 예수를 알지 못한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다. 그때 닭 우는 소리가 들려왔고, 베드로는 자신의 믿음이 연약함을 깨달아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다. 다낭대성당의 첨탑에 앉은 수탉은 성 베드로의 통곡과 회개를 담고 있는 것이다.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고 보면,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지켜 내려고 목숨 바쳐 독립운동을 한 분들도 죽을힘의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나라를 지켜 지금 우리를 편히 살 수 있게 한 분들에게 진정으로 감사해야할 일이다.

 

호이안 옛 거리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서 베트남식으로 점심을 먹고, 호이안의 구 시가지를 보러 갔다. 호이안 옛 거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볼 것이 많은 곳이다. 호이안 옛 거리로 가려면 내원교를 지나야 한다. 16세기 말에 호이안은 중국의 무역상들과 일본의 무역상들이 자주 드나들던 곳이었다. 내원교는 이곳에 정착한 일본인 상인들이 중국인 마을과 일본인 마을을 연결하기 위해 1593년 건설한 목조 지붕이 있는 일본풍의 아주 작은 다리이다. 거리의 많은 상점들은 알록달록 화려한 물건들을 진열해 놓고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일행들과 기웃기웃 구경하며 발길을 옮기다가 한 가게 앞에 멈춰 섰다. 어깨에 멜 수 있는 긴 끈이 달린 작은 가방이 눈에 띄었다. 여행지에서 걸어 다니며 구경을 할 때, 핸드폰이나 약간의 돈과 손수건 등, 작은 소지품을 넣고 어깨에 메면 손이 자유로워져 사진을 찍거나 할 때 편리하다. 그동안 여러 개의 가방을 사용했었는데, 그곳에 눈에 확~ 들어오는 크기가 딱 알맞게 작은 가방이 예쁜 색을 자랑하며 걸려 있는 게 아닌가. 모양도 예쁜데 가격도 싸다. 한 개에 한화로 2500원이었다.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아 네 개를 샀다. 그 가방은 지금도 산으로 들로 유적 답사를 다닐 때마다, 수시로 내 어깨에 걸려 같이 붙어 다니고 있다.

 

옛 중국인 거주지

호이안 옛 거리에 있는 풍흥고가’ ‘광조회관’ ‘쩐가사당에서 다른 관광 팀들과 가는 곳마다 만나게 되는 걸 보니, 차례대로 거쳐 가야하는 관광코스인가 보다. 풍흥고가는 200여 년 전, 무역상을 하던 풍흥이라는 사람이 지은 집으로 8대째 후손이 살면서 지금은 토산품을 팔고 있다. 중후한 분위기의 진한갈색 빛의 목조건물인데 호이안 구 시가지에서 제일 오래 된 건물로 유명하다. 이층으로 올라가 보니 액자 속에 들어 있는 고풍스런 그림들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의 인사동처럼 옛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구경만 하고 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팔리기나 할까하는 괜한 걱정을 하며 다음코스인 광조회관으로 들어섰다.

광조회관으로 들어가는 정문은 우리의 홍살문처럼 생겼지만, 모양은 다소 달랐다. 광조회관은 1800년대 해상무역을 하던 중국인들이 호이안에 정착하여 살게 되면서 만든 향우회관으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가장 중국적인 건물이다. 과거에는 중국 무역상들이나 항해사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하였고, 이곳에서는 무역 거래도 많이 이루어진 곳이라 한다. 지금은 중국인들의 향우회 장소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뜰에는 제단이 설치되어 있어 조상들의 제사를 지내고 있다. 작은 연못의 커다란 용 조각품은 용트림 하는 자태로 웅장하게 서있고,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 한,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이 복숭아나무 아래서 도원결의하는 그림이 있는가하면, 하얗게 눈이 쌓인 겨울에 제갈량의 초가를 찾아가 삼고초려 하는 유비의 그림 등, 삼국지의 내용을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여행의 맛

지면이 조금 남아 있는데 다음 일정을 쓰기에는 부족하여, 여백에 여행의 생각을 적어 본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건 내 안에도 노마드(nomad)적 속성이 있어서일까? 인간의 내면에는 누구나 방랑적 본능이 있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는 그 본능을 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여행일 것이다. 내가 여행하며 느끼는 건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오래 된 유적에서는 인류가 살아 온 흔적을 보고 느끼며 옛사람을 생각하고, 도시에서는 생김새가 다르고 문화와 언어가 달라도 지구상 생명체 중에 모두가 같은 인간인 것을 느낀다. 아쉬운 건 자유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절은 이미 지나 가 버리고, 패키지여행에 만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떠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어디로 갈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 글쓴날 : [2020-01-15 11:05:31]

    Copyrights ⓒ 파주신문 & www.paju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