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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곰자리

어둠이 와야 별빛이 보인다 2

-작은 곰자리

 

시인 장종국

 

북극성을 따라 항해하던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새벽에 별보고 집을 나섰다가 별보고 귀가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그때가 행복했고 그리운 것은 무슨 연유에선가.

 

송찬호의 <저녁별>을 밝혀보면서 어머니를 기다리며 배고픔을 참아야했던 추억을 음미해본다.

 

서쪽 하늘엔

저녁 일찍

별 하나 떴다

깜깜한 저녁이

어떻게 오나 보려고

집집마다 불이

어떻게 켜지나 보려고

자기가 저녁별인지도 모르고

저녁이 어떻게 오려나 보려고

 

저녁 서쪽 하늘에 보이는 별은 금성이다. 태백성 또는 개밥바라기별이라고도 부른다. 개밥바리기별이란, 농경시대에 들일을 해가 다 저물어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어둑어둑할 때 개가 배가고파 밥이 먹고 싶을 때 뜨는 별이기 때문에 붙여진 아름다운 별이름이다. 샛별은 새벽녘 동쪽하늘에 보이면 샛별이라 부르고 명성, 계명성이라 부른다.

 

루카치의 명언을 중얼거리며, 별을 뒤집어쓰고 술에 취해 허청허청 걸음을 옮기면서 고래고래 고함지르던 때가 그립다. 얼마니 순수한 발상인가. 별에 잠겨 잠들고 싶은 외로운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이성선의 <별의 여인숙>에서 무단으로 야영하는 그대는 누군가.

 

친구하고 저녁에

술 한 잔하고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어라

다른 녀석의 대문을 박차거나

낯선 여자 지저분한 분내에 안겨

아무렇게나 하룻밤 잠들고 싶네

그래도 그러지 못하고

바보처럼

허청허청 돌아오는 길

 

내 지붕 위에 나지막이 내려 걸친

하늘의 북두칠성

아 저기로나 기어 올라가서 하룻밤

잠들어 볼까

일곱 별 중 아래쪽으로 기울어진 네 별

그 오목한 구석

하느님이 계시는

잠자리채 같은 저 속에 들어가

쪼그리고 잠을 잘까

새벽에 깨어나

별들과 우주도 잠적해버리거나

땅바닥에 떨어져 깨질지라도.

 

하늘의 별이 땅에 떨어지면 무엇이 될까. 떨러져 꽃이 되었다는 옛이야기가 있다.

그 별꽃이 바로 민들레이다.

민들레는 자생력이 강한 식물이며 한겨울 추위에도 잘 견디는 강인한 풀로, 역경을 이겨낸 끈질긴 사람의 삶에도 곧잘 비유된다.


옛날 어느 나라에 한 임금이 있었다. 그런데 이 임금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평생에 단 한 번의 명령만을 내릴 수 있는 운명을 타고 났다. 이것이 임금에게는 커다란 불만이었다.

하필이면 나는 왜, 단 한 번 밖에 명령을 내릴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났을까?”

늘 임금은 이렇게 불평만하다가 하루는 자신의 운명을 그렇게 정해준 별을 향해 하소연했다.

별님이여! 어째서 저에게는 그런 가혹한 운명을 내려 주셨습니까?”

그러자 별이 응답하였다.

그것이 네 운명인 걸 어쩌겠느냐? 더 이상 불평만 하지 말고 그 명령을 꼭 필요하게 쓰도록 해라.” 임금은 다시 한 번 별에게 하소연 했다.

저에게 더 많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건 안 돼. 왜 그리 욕심이 많으냐? 그렇게 욕심을 부리면 혼내주겠다.”

그러자 임금은 잠시 뭔가 생각하더니 다시 별을 향해 소리쳤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지금 바로 한 번밖에 내릴 수 없는 명령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별님인 당신을 향해서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 무엇이라고.” 별은 깝짝 놀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임금은 별을 향해 처음이자 마지막인 명령을 다음과 같이 내렸다.

별님이여! 내 운명은 별님이여! 당신은 나에게 나쁜 운명을 타고나게 했으니, 그에 대해 보답하겠나이다. 당신과 함께 다른 별들도 모두 하늘에서 떨어져 땅 위에 꽃으로 되어 피어나가라. 그러면 나는 당신을 기꺼이 밟아 주리라.”

그러자 임금의 명령대로 하늘의 모든 별들이 땅에 떨어지더니 노란색의 작은 꽃이 됐다.

이렇게 해서 양치기로 변한 임금은 그 후 양떼들을 몰고 민들레꽃 위로 마구 걸어 다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 글쓴날 : [2021-05-05 23: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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