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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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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인생

 

시인 장종국

 

우리 민족은 예부터 풀을 많이 이용했으며 풀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생활재료로 쓰였으며 풀의 종류도 다양하다. 약용에서부터 식용 이외 의류, 민구 등에 사용한 중요한 생활 재료로 다양한 쓰임새로 활용되었다.

 

풀은 무속 신화에서 죽은 사람을 살리는 기사회생의 식물로 등장한다.

삼나라 업비 대왕의 딸 바리공주는 부모의 목숨을 구할 영약을 찾아 서역국으로 가서 약수(藥水)지기를 만났다. 공주는 어렵게 영약을 얻었으나, 그 약값으로 무장승과 9년을 함께 살며 일곱 아들을 낳았다. 그 후 공주는 약수와 개안초(開眼草) 및 삼색꽃을 가지고 돌아와 이미 죽은 부모의 품에 개안초를 넣었다.

그리고 그녀는 삼색꽃을 눈에 넣고 약수를 입에 넣어 죽은 부모를 살려냈다. 이때 사용한 개안초는 약수지기와 함께 살면서 매일 캐던 풀이었다. 개안초는 죽은 사람을 살리는 재생의 영약이면서 생명의 지속을 가져오는 불로초를 상징하고 있다. 무가(巫歌)에 나타나는 불로초는 그 상징을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관북지방의 무가 <오귀풀이>에서 불로초 타령이 불러지고 있다.

 

대광탈의 시절에는 까마귀 불러내어

신구심산 들어가서 삼신산 불로초를 파 오라하니

까마귀 너울너울 신구심산 들어가서

불로초를 파 가지고 나오다 시내 강변에 내따 보니

개친병 소친병 났또진다.

그 불로초를 금당당 잣나무 밑에 묻어 놓고

개친병과 소친병은 삼으로 주워 먹으라

네레 가서 주워 먹고 금당당 잣나무 밑에 와

불로초를 파 보니 소나무가 다 잡아 묵고

짓을 남아 지텃구나.

그때부터 소나무가 춘충양절 가더라도

검고 푸르고 있구나.

짓을 남아 있는 것을 이거 가지고 가

검고 푸르고 있구나.

짓을 남아 있는 것을

이거 가지고 거 뉘기 먹고 뉘기 안 먹으랴

내 나흘 집어 먹자.

까마귀 불로초를 먹고 그때부터 맥가마귀

깜둥까마귀 되었구나.

 

소나무가 사시사철 푸른 것은 잣나무 밑에 숨겨놓은 불로초를 소나무가 다 잡아먹은 탓이라는 풍자적 타령으로 불러지고 있다.

 

이 같은 풀의 상징성은 설화나 전설 중에도 자주 등장한다.

 

- “골무꽃설화

옛날 어느 나루터에서 사공 일을 하는 할아버지 한 분이 있었다. 어느 해 큰 장마가 들어서 잡다한 물건들이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 왔다.

그러던 중 커다란 뱀 한 마리가 떠내려 오는 것을 건져 주었다.

그런 일이 있고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고을의 한 불량배가 할아버지로부터 돈을 뺏으려다 거절당하자 사람들에게 헛소문을 퍼뜨렸다. 할아버지가 장마 때 물에 빠진 사람들한테서 금과 은을 빼앗아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소문이 고을 원님이 듣게 되어 할아버지를 옥에 가두었다. 옥에 갇힌 할아버지는 억울함에 분한 마음을 터드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뱀 한 마리가 기어 들어왔다. 바로 장마 때 구해주었던 그 뱀이었다.

그 순간 뱀은 할아버지 발등을 물고는 밖으로 사라졌다. 발등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은혜를 원수로 갚은 뱀을 원망하고 있는데, 다시 그 뱀이 나타나 할아버지 발등에 풀 한포기를 붙이고는 사라져버렸다. 신기하게도 아프던 상처가 갑자기 씻은 듯이 낫게 되었다.

이때 옥문 밖에서 왁자지껄하는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 듣자하니 고을 원님의 부인이 뱀에 물려 위급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저한테 좋은 처방이 있소.” 하면서 원님 부인에게로 가서 뱀이 물어다 준 풀잎을 상처에 붙여주었더니 씻은 듯이 상처가 아물었다.

원님은 그간의 사연을 자초지종 듣고는 할아버지의 결백함을 깨닫고 사례까지 듬뿍 주어 집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바로 이 풀이 골무꽃 즉 한신초(韓信草)라 하여 뱀에 물린 환부에 붙이면 효력이 있다한다.

 

인생의 덧없음이 초로인생(草露人生)이 아닐는지. 마땅히 할 일을 못하고 초목과 같이 썩는 초목동부(草木同腐)와 같은 삶이여!

 

가람 이병기의 <풀벌레>소리가 풀밭에서 우는 민초들의 울분을 토하는 소리 같다.

 

해만 설핏하면 우는 풀벌레

그 밤을 다하도록 울고 운다

가까이 멀리 예서제서 쌍져 울다 외로 울다

연달아 울다 뚝 그쳤다 다시 운다

그 소리 단조하고 같은 양 해도 자세 들으면

이 놈의 소리 저 놈의 소리 다 다르구나

남몰래 계우는 시를 누워도 잠 아니올 때

이런 소리도 없었던들

내 또한 어이하리. -asistch@hanmail.net

  • 글쓴날 : [2021-05-05 23: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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