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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소리

말, 말, 말 2
가슴에 맺힌 말 또는 모진 소리를 들으면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말에는 상처가 되는 말과 치유가 되는 말이 있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듯이 혀의 아래 도끼가 들었다는 말이 있다.
 말의 대상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산자와 죽은 자와의 사이에서도 이루어진다. 그리고 죽은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도 이루어진다는 강정 시인의 <대화>법은 황당한 것 같지만 시인의 특출한 상상력이 이채롭다.

 황인숙 시인은 <모진소리>를 들으면 세상에 금이 간다고 한다. 그 가슴에 금간 소리는 이별을 선포한 매정한 소리일 수도 있다.

     모진 소리 들으면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더라도
     내 귀를 겨냥한 소리가 아니더라도
     모진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쩌엉한다.
     온몸이 쿡쿡 아파온다.
     누군가의 온몸을
     가슴속부터 쩡 금 가게 했을
     모진 소리

     나와 헤어져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
     고개를 수그리고
     내 모진소리를 자꾸 생각 했을
     내 모진소리에 무수히 정 맞았을
     누군가를 생각하면
     모진소리
     늑골에 정을 친다
     쩌어엉 세상에 금이 간다.

 강정 시인의 <대화>는 단속적인 많은 대화체로 이루어져 지루한 감을 주지만 쉼표를 이용함으로써 지루함을 해소하고 있다. 부조리극의 대본처럼 두 사람이 동문서답을 횡설수설 늘어놓는 식으로 진행된다. 갓 죽은 두 사람의 영혼이 나누는 대화임이 감지된다. 살아있는 자의 대화보다 죽은 자의 대화는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질까? 죽은 자와 죽은 자의 대화를 엿듣는 시인의 꿰뚫어보는 영감이 신선하다.

 -죽은 자들이 어디 모여 있다고 생각해?
 -그야, 내 속, 나를 보는, 네 속, 이든가,
 -그럴까? 혹시 너와 나 사이, 그러니까 우리가 마주보는 이 푸른 허공 속은 아닐까?
 -동어반복, 의 반복, 숨을 쉬, 어 보지, 입김, 이 어디로, 흐르는, 지,
 -입김이라…?
 -그런, 질문으로, 향, 하는 까, 까만 유리, 의 반사체,,,?
 -그야, 네가 어디에도 살아 있지 않으니까,
 -내가, 네가, 죽, 었다, 는 소리, 소리, 의 그림, 자는 이벽, 과 저 벽 사이, 로…?
 -물론, 죽지는 않았지, 그러나 너는 어디에도 살아 있지 않아.
 -무슨, 개, 소리, 여울의 울렁임, 의 축제,,,?
 -넌 항상 네가 잦는 실의 방향을 의식하지 않잖아. 언제나 몸은 가만히 있으면서 
 -모든 게 네게 흘러 들어올 거라는 확신도 없이, 너는 모든 것으로 통하고 모든 걸 받아들이니까.
 -내가, 실을 잦는다?,,, 고행의, 즐거운, 즐거움,,,?정, 말,,,? 평생 처음 듣는 소리,,,?
 -물론 처음이겠지! 너에겐 처음 아닌 게 없어.
 -너는 지금 내가 막 만들어냈으니까.
 -만들, 어떤,,,? 네가 날?
 -그리고 네가 날!
 -우우...! 나는, 확실히 알, 고있어, 머니, 아버, 벗어나고, 도 형제, 발나를, 괴롭히는, 즐겁,즐거운, 것 모두!
 -옳거니! 환상이란 게 그런거지, 물질도 아닌 것 들이 엄연한 제 이름을 지어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 그러나 명심해, 너는 내가 방금 만들어낸, 물질과 빗물질 사이에서 반복 운동하는,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괴물에 불과해! 이건 엄연한 사실이야, 믿을 수 없어도 믿어야 해!
 -내가 만들었다는 넌, 억울하, 지도 않,,? 너 도 네가, 살아 있을 믿음, 거 아냐, 팔, 다리, 온전, 한 사람, 두 사람,,,
 -억울함 따윈 개나 주라지, 개는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아아,,,! 우린, 개 한테 먹힐, 먹을 칠, 운명, 들, 이, 로,,,
 -그러면서 개보다 자유롭지, 우린 살이 없으니까!
 -살이, 없다, 니가,,,? 그럼 정, 말 우린, 유령인가, 인, 간?
 -유령처럼 살아있는 유령의 새끼, 유령의 에미들이지.
 아아! 도무, 무엇인지,,,! 믿을 수, 없이, 이 말들, 이 끊어져, 바람처, 럼 펄럭이는군.
 -다시 묻지, 죽은 자들이 어디에 살아 있다고 생각해?
 -사지르 펼친, 내 빈 몸, 소리치는 모든 입, 나를 부르는 너의 목소리, 죽은 다음에 태어나는, 모든 이들의, 피 맺힌 下焦(하초), 속에…, 

 우리는 항상 죽음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으나, 죽음 이후를 남의 이야기인 양 흘려들으며 살아간다. 사후세계에 대한 명상을 무척 독특한 인식과 구성으로 들려준 강정 시인의 작품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죽음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법과 죽은 뒤에 육신과 영혼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보면서 불교의 윤회설을 떠올려본다. 
-asistch@hanmail.net
  • 글쓴날 : [2021-08-30 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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