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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는 평화가 경제다"

편집자 주
이번호 공존의 길위에서 컬럼은 지난 5월 22일 임진각에서 있었던 '평화경제 시민포럼(대표 김순현)'의 출범식 인사말을 싣습니다.

존경하는 ‘평화경제 시민포럼’ 회원 여러분. 시민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게 감히 평화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이 평화는 관념적이고 수사적인 의미에서의 평화가 아니라, 우리 삶을 결정짓고 우리의 미래를 규정할 수 있는 실질적 의미에서의 평화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서 있는 이 땅 파주는 접경지역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접경지역은 나라와 나라를 맞대고 있는 국경선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동족끼리 서로를 죽고 죽이는 전쟁을 했었고, 그 후로 60년 동안 서로 적대적인 관계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전쟁지역이라는 말이고, 우리는 그런 곳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군대에 가기 전입니다. 서울에서 제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그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했습니다. “야.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느냐?” 
맞습니다. 그 친구들은 생전 처음 보는 탱크가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사방에 철조망이 쳐져있고, 군인들의 총소리가 수시로 울려대는 곳, 우리는 지금 잊고 있거나 알아도 모른 척하고 있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파주는 그런 곳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있는 이곳 바로 2㎞ 저편에는 제 어릴적에 군인들이 쏘는 포탄이 항상 떨어지던 곳이었습니다. 밤에 떨어지는 포탄소리는 자장가처럼 들릴 지경이었습니다. 
또 우리가 서 있는 바로 이 자리, 우리 주변 이 땅에는 겨울날 하얗게 서리를 뒤집어쓰고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삐라들. 지금도 그런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 그런 곳에 과연 경제가 있을 것이며, 투자가 있을 것이며, 안정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이 만약 기업주라면 그런 곳에 투자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 잘 알고 계시겠지만 파주는 엘지 필립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1999년 까지 파주의 인구는 18만 이었습니다. 지금 파주는 얼맙니까? 48만입니다. 
48만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엘지 필립스가 파주에 왔기 때문입니다. 엘지 필립스라는 커다란 공장이 파주에 왔기 때문에 그 밑으로 하청공장이라든가 기숙사, 원룸으로 인구가 늘어났고 그로 인한 파급효과로 운정신도시가 생겨날 수 있었습니다. 2000년 이전 파주의 총 사업체 수는 5만개에 불과했습니다. 
현재는 얼맙니까? 20만 개 입니다. 무려 400%가 늘어났습니다.  
자 그러면 엘지 필립스라든가 운정 신도시가 생겨날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은 무엇이겠습니까? 평화 아니겠습니까? 
2000년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북한을 방문하고, 김정일과 손을 잡으면서 긴장이 완화되고 엘지필립스라는 대기업이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파주는 이렇게 변했습니다. 
평화는 그런 것입니다. 평화가 있어야 경제가 있는 것입니다. 내 재산이 다 날라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위험한 곳에 누가 투자할 것이며,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설치는데 운정 신도시에 사람이 들어올 수 있었겠느냐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파주는 평화가 경제다’ 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2000년 이전에 5만 개에 불과하던 파주의 사업체 수가 지금 20만 개로 늘어날 수 있었던 그 놀라운 힘이, 비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2000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평화 말고 그 어떤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혹자는 말합니다. 북한과 우리는 공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북한의 멸망만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적 식량지원도 하지 말아야 하고, 군사적, 외교적, 정치적으로 압박을 해서 스스로 무너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런 주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주장입니다. 아니면 ‘너 죽고 나 죽자.’라는 막가파식의 주장에 불과합니다. 북한이 그렇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고난의 행군’ 당시에 이미 증명이 된 사실이고, 최후에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런 주장은 위험천만이고 혹세무민하는 주장입니다.
그들의 주장대로 북한을 압박하고 몰아부친 결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지금까지 피땀 흘려서 이룩한 대한민국의 모든 성과는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피땀을 흘려가며 이룩한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도,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민주주의의 완성도, 문화적 역량도 다 무너져 버릴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독거리고, 관리하는 것 아닙니까? 저는 여러분께 감히 묻습니다. 우리에게 평화 말고 어떤 대안이 있습니까?
임진강을 바라보며 캠핑도 하고, 낚시도 하고, 이곳 임진각에서 저 적성 고랑포까지 유람선도 타고, 좀 그렇게 살면 안 됩니까? 
경의선 열차를 타고 중국으로, 러시아로, 유럽으로 여행 좀 가면 안 되겠습니까?
평화경제 시민포럼 회원여러분.
평화는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장하는 겁니다. 

‘평화경제 특구법’ 제정하라. 
개성공단 재개하라.
대북. 대남 비라 살포 중단하라.

오늘 우리 ‘평화경제 시민포럼’에서 주장하는 3가지 요구는 남과 북의 평화로운 발전을 위하고, 파주의 발전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분명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드리면서 제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두서없는 말씀을 들어주신 회원여러분.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 글쓴날 : [2021-06-30 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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